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국 발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당진시장 유세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중국인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질 않는다.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감사하다’는 중국어),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여당과 일부 언론들은 중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예민한 외교 사안을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정제되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고 할 수는 있다. 특히 양안 문제가 점점 더 미·중 갈등 소재가 되고 있고, 한반도 평화·안보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중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의 의도는 한국이 양안 관계와 관련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완전히 기우는 것이 국익에 얼마나 이로운가 하는 문제 제기로 보인다.
대만 문제로 한·중관계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한·중관계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후 1년 가까이 최악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남북한 간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규정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대만은 북한과 달리 국가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양안 관계와 남북한 관계를 비교하기 어렵다. 그것은 한국이 중국과 수교 이후 일관되게 이어온 입장이다. 또 ‘현상 변경’ 앞에 ‘힘에 의한’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해 중국만 겨냥하고 자극할 필요도 없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일본보다 더 나아간 것이어서 결코 현명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의 입장은 2021년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로 족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대만 문제로 인한 한·중관계 악화가 북한 문제에 대한 한·중 협력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큰 문제이다. 한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통일이 아닌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 차제에 한·중 외교 당국이 마주앉아 이 문제 등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점을 다시 찾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년의 한·중관계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