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보름 앞둔 26일 여권에서 과거 선거를 어지럽게 했던 색깔론 발언이 일제히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주도했다. 다섯 달 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참패 후 입 닫은 이념전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진영 갈등이 극심하고 민생이 어려운데 국민을 갈라치는 이념 전쟁 외에 여권이 기댈 게 없는 것인지 유감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는 잔치고, 운동경기인데 4월10일 선거는 이념과 사상이 많이 대립이 돼 있다”면서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는 전쟁을 치러서라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이념 대결로 규정짓고 지지층 결집을 강하게 호소한 것이다. 그는 여권의 ‘선거 투톱’으로 중도층 확장에 기여할지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랬던 이가 이념·사상을 위한 ‘전쟁’ 단어까지 운운한 것은 과도함을 넘어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14주기를 맞아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일각을 전제한 것이지만 부적절하다. 그 극소수의 생각이 지금 우리 사회 주류 견해가 아님에도 반국가세력을 재론하는 것은 총선용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종북 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종북 몰이’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이념 공세는 국정 심판론으로 위기에 처한 여권의 총선 상황과 무관치 않다. 뒤늦게 이념전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것일 테지만, 큰 착각이다. 지금 색깔론에 흔들릴 유권자는 없다. ‘천안함 침몰’ 정국에서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북풍 몰이에도 여당이 패배하면서 색깔론의 정치적 유효성은 다했다. 얕은 정략적 의도에 오히려 유권자의 반감과 분노만 키우게 될 것이다.
정부·여당은 총선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민생 물가는 치솟는데 ‘대파 875원’식 전시성 민생쇼로 국민 분통을 키운 게 대통령 아닌가. ‘런종섭’ 파문과 ‘회칼 테러’ 발언까지 법치와 상식이 무너진 데 “이게 나라냐”고 공분한 것이다. 여권은 색깔론 정략을 접고 총선 민심의 국정 변화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총선 전망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