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규정될까. 공장이나 사무실과 같은 특정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여러 변수도 많다. 여러 곳을 이동하면서 일하는 특징도 있다. 음식배달이나 마트배송 등 운송서비스부터 설치수리와 방문점검원 그리고 가사서비스까지 직업군도 다양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민간만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이동노동자들은 많다. 이들 다수는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자라는 것이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임금과 시간 같은 노동 기준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사실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는 자본의 이윤추구 전략 속에서 끊임없이 창출된다. 이 때문에 기존과 달리 새로운 일자리나 직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떤 직업은 고객의 요구에 의해 부가적 과업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그러나 노동과정 중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고객으로부터의 폭언·폭행부터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까지 다양한 위험과 마주친다. 화장실 사용이나 폭염과 혹한 등 이동노동자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적지 않다.
혹자들은 400만∼500만원의 적지 않은 소득을 언급하나 일부에 불과하다. 조사 결과 1주일 52.2시간가량 일해도 총소득은 292만2000원에 불과했다. 일반 직장인과 달리 업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개인이 감당한다. 유류비용부터 유지보수와 통신, 소모품 비용 등 66만9000원 정도 사비로 지출한다. 그러니 이동노동자들의 실제 순소득은 225만원이 맞다. 게다가 월평균 12.5회가량의 헛걸음·노쇼(no-show)는 보상받지 못한다. 이 모든 항목을 노동의 가치로 반영해 보았다. 많게는 21만4000원에서 적게는 10만7000원을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야간·휴일, 숙련·경력, 연차휴가, 퇴직금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자본과 기업은 최적의 이윤추구 방식으로 개수 임금제를 고안했다. 성과 기반의 보수·수수료 체계다. 노동상황과 무관한 건별로 보상체계다. 업무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기시간’이나 ‘이동시간’은 보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을 마치고 다음 업무까지의 대기시간과 한 업무를 마치고 다음 업무 장소까지 이동시간은 노동의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일하는 과정에서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는 소위 ‘헛걸음’과 같은 노쇼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동노동자들의 시간은 어떻게 구성될까. 은폐된 시간이 있다. 하루 일과는 업무 시작 전 조업(67.1분)-하루 작업시간(8시간4분)-휴게시간(42.7분)-대기시간(25분)-이동시간(111분)-마무리 잔업(32.2분)으로 진행된다. 하루 이동장소는 45곳이었고, 이동시간은 88분이나 되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대기시간이 많다. 대기시간은 그냥 쉬지 않고 다음 업무 준비나 콜 대기 같은 업무의 연속이다.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고 일부는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이다.
플랫폼자본과 기업 특성상 일감의 수요공급 파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폐해가 언급되면서 최근 최저보수나 공정한 단가 지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업무 지출 비용이나 사회보험 일부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준선을 설정할 시점이다. 기존의 최저임금법에 반영하거나 별도 표준단가를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정책의 실효성과 구속성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산하에 보수산정 위원회를 설치·운영하면 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플랫폼노동자들의 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해 근로자로 인정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 추정 규정 지침에 맞추어 회원국들은 2년 이내에 자국법을 개정해야 한다. 우리도 곧 22대 총선이다. 투표하기 전에 꼭 살펴보자. 어떤 정당이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자들의 보편적 권리를 공약으로 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