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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입력 2024.03.31 20:23

수정 2024.03.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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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물가와 대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친구와 농담을 나눴다. “대파조차 대통령 눈치를 살살 보고 제값을 낮추는데, 우리는 참 살고 싶은 대로 사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혼자 여운이 남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스스럼없이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특권에 가깝다. 타인의 잣대에 맞춰 나를 재단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소수자일수록 그렇다. 나로서 산다는 건 나를 만족시키는 것만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외면한다면 떳떳하지 않다. 책임감 있다는 것은 지구적으로 사고하는 것,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국 내가 관계 맺는 것들과의 성심성의에 기반한다.

태안 석탄발전소 1, 2호기가 내년 12월 폐쇄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는 앞으로 더 많이 문을 닫는다. 문제는 발전소 폐쇄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가게들. 미래를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것만큼 이들의 미래 역시 중요하다.

3월30일 나는 태안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 행진에 함께했다. 여기 모인 태안의 발전노동자들은 석탄발전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하며, 발전소 폐쇄가 노동자들의 미래까지 폐쇄하지 않도록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보장을 함께 일굴 방안을 제안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공공이 직접 운영하고, 이를 통해 발전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시급하지만 기존 석탄발전 에너지는 전체의 약 90%를 공공이 공급하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공공이 10% 미만 분량을 공급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동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해 새롭게 나타나는 일자리들이 더 열악한 조건을 노동자들에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기업이 운영하는 발전소에도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가 많다는 점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규직은 다른 발전소가 남아 있어 당장은 해고 위험이 덜하지만 비정규직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태안 발전노동자들의 상황은 기후위기 시대 더 나은 노동계약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시사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전체 전력의 7%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를 오는 2050년까지 70%로 늘린다면서 민간과 대기업에 적당히 지원금이나 나눠주고 말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더 비현실적이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서로의 삶을 지키는 여정에 발전노동자들이 나섰다. 힘 있고 권한 있는 이들이 말로만 기후위기를 염려하는 사이 중대한 변화를 향한 성실한 대안을 발전노동자 스스로 만들었다. 세상의 모순을 뜨겁게 끌어안은 이 노동자들의 선택을 주목하자. 우리가 가꿀 미래의 대안, 태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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