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51분 담화, 설득은 없었다

유정인 기자

윤 대통령 의대 증원 관련 담화

<b>대통령 지켜보는 의사…무슨 생각 중일까</b>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일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한 의사가 생중계되는 대통령 담화를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대통령 지켜보는 의사…무슨 생각 중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일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한 의사가 생중계되는 대통령 담화를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2000명 확대안 중단 못해” 고수
“카르텔과 타협 불가”라면서도
“더 합리적 방안 가져오면 논의”
의사들 “무능력·무의지 확인”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 정부안을 두고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증원 규모를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 불가” 등을 강조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서면서 정부안을 앞세운 정면돌파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지난해 11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 직후 이뤄진 데 이어 세번째다. 담화는 약 51분간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담화를 열었다. 이어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면서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2025학년도 의대별 증원된 입학정원 배정을 마친 이후 의료계에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안이 정당하다는 전제가 강조돼 의료계와 여야 정치권이 요구한 ‘숫자를 열어놓은 대화’와는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논의틀로는 의료개혁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국민·의료계·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등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안 고수 입장을 거듭 강경한 어조로 표출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들이 (의료계와)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면서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란 바로 우리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알면서도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내셔서 이 자리에 세워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잘 알고 있다”면서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담화에 대한 제 입장은 ‘입장 없다’가 공식 입장”이라고 남겼다. 방재승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담화문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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