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사과 매대 앞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량 감소 영향으로 사과와 배 가격이 수개월째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는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비 수요를 키워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오름 폭을 더 키웠다. 지난달 상승 폭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다. 배도 87.8% 올라 통계를 작성한 1975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전체 과실 물가는 40.3% 올랐고, 토마토(36.1%)와 파(23.4%) 등 채소류도 10.9% 올랐다.
사과와 배는 공급량 부족이 가격 급등의 주요인이다.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잦은 호우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각각 30.3%, 26.8% 줄었다. 사과와 배는 1년에 한 번 수확해 연중 내내 저장해 분산 출하한다.
당국은 사과와 배 등에 대한 할인 지원을 확대한데다, 최근 일조량 증가와 대체 과일 공급 증가 등 영향으로 과일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순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3월18일부터 (1500억원 규모의) 긴급 가격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4월부터는 일조 증가, 대체 과일 공급 증가 등 공급 여건이 개선되고 정부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물가 상황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앞서 18일부터 사과의 납품단가 지원을 ㎏당 2000원에서 4000원으로 2배 늘리고 정부 할인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할인 지원 확대 정책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3월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이나 할인 지원으로 사과 가격이 떨어졌으나,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가격에 소비자들이 사과를 사먹고 있어 전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가격정보에 따르면 3월 평균 사과 소매가격(후지 상품 10개 기준)은 2만7003원으로, 지난 2월(2만8006원)보다는 내려갔지만, 전년 동월(2만2847원)보다 4156원(18.2%) 오른 수준이다.
윤병선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생산량과 공급량이 감소하면 시장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인데, 정부가 할인 지원으로 가격을 억제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 수요만 부추기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농업 생산성 기반 조성에 재원을 쓰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