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C 대파 보도 여당이 민원했다니, 방심위는 자판기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값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값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발언을 다룬 문화방송(MBC)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을 낸 주체가 국민의힘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MBC 일기예보 ‘파란색 1’건에 대해서도 민원을 냈고,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MBC에 대한 법정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원을 내면 방심위가 자판기로 찍어내듯 제재하려 드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집권여당의 언론검열기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1~27일 방심위에 접수된 정당·단체의 전체 민원 189건 중 137건을 국민의힘이 냈다. 다른 정당이 낸 민원은 없었다. 국민의힘이 낸 민원 중 78건(56.9%)은 MBC를 겨냥한 것이었고, 그중 하나가 윤 대통령의 대파값 발언을 다룬 <뉴스데스크>의 지난달 20일자 기사였다.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은 민생경제에 무딘 정책 감수성,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관료들의 보신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이라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지, 보도한 언론사를 제재해달라고 나섰다니 어이가 없다. 선거 앞이라고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안은 보도하지 말라는 건가.

현재 여야 추천 방심위원 수는 6 대 2다. 또 류희림 위원장이 이끄는 방심위는 합의제 기구의 성격을 상실하고,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일방 독주 속에 파행 운영 중이다. 검찰·감사원이 하던 정권의 호위무사 노릇을 방심위가 넘겨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민원을 방심위가 족족 받아 언론사를 옥죄고 제재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민원을 제기한 <뉴스데스크>의 ‘파란색 1’ 날씨예보에 대해 선방위가 법정 제재를 전제로 <뉴스데스크>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한 것이 비근한 예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커진 데는 윤석열 정부의 ‘입틀막’ 국정운영도 영향을 미쳤다. 공식선거운동 돌입 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읍소하고 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입틀막’ 행태와 다를 바 없는 마구잡이식 방심위 표적 민원부터 취소해야 한다. 차제에 여야 정당은 방심위에 정치적 민원을 제기할 수 없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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