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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송혁기의 책상물림]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관포지교는 두터운 우정을 이르는 말로 알려진 고사성어다. 그런데 고사의 출전인 <사기>에서는 관중의 열전 첫머리를 포숙아와의 교유로 시작하면서 “관중은 가난해서 늘 포숙아를 속였지만, 포숙아는 관중을 끝까지 잘 대해주고 그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중의 회고담으로 제시된 일화도 좀 이상하다. 장사를 해도, 관직에 올라도, 전쟁에 나가도 실패만 거듭해서 탐욕스럽고 무능하며 비겁하기까지 하다는 비난을 받던 관중을 포숙아는 끝내 변호했을 뿐 아니라, 관중 때문에 죽을 뻔한 제환공에게 관중을 강력히 추천한다. 아름다운 우정을 넘어 지나친 사적 감정으로 비칠 정도다.

사마천이 관중의 열전에 포숙아를 등장시킨 의도는 그들의 우정을 강조하기 위한 게 아니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 선생이다!’라는 관중의 말처럼, 사마천의 관심은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있었다. “능력 있는 관중에 대한 칭찬보다 사람을 잘 알아본 포숙아에 대한 칭찬이 더 많았다”는 말로 열전의 전반부를 맺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제환공이 천하의 패자로 서고 제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은 관중의 치밀한 구상과 전략 덕분이었다. 힘보다 예를 중시했던 공자도 관중이 없었더라면 중화 문명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며 그의 공을 높이 인정했다. 하지만 관중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이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니 그를 알아보고 눈앞의 성패와 상관없이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포숙아의 존재가 더욱 값진 것이다.

군주와 귀족이 지배하던 춘추시대와 달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때인데, 정작 이를 기르는 교육은 거의 없고 선택의 기준이 될 정보조차 피상적인 것뿐이다. 후보 입장에서도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는 별로 없이 이미지만으로 승부하게 되니 서로 흠집 내기에 급급하다. 극단으로 갈라진 정치색이 모든 걸 결정하게 된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는 일갈은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서생의 푸념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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