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당한 WCK 차량.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활동가 7명이 사망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창립자인 세계적인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가 ‘단순 오폭’이었다는 이스라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WCK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원을 위해 운반한 400t 규모의 식량도 출발지였던 키프로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안드레스는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며 “단순히 잘못된 장소에 폭탄을 투하한 운 나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이 줄지어 달리던 WCK 차량 3대를 정확하게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1.8㎞ 거리의 인도주의 호송 행렬이었고, 차량 지붕엔 우리의 자랑스러운 색색의 로고 깃발이 표시돼 있었다”며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매우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일 구호품을 실은 WCK 차량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이스라엘 공습을 받아 직원 6명과 팔레스타인 출신 운전사가 숨지자 “무고한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공습을 했다”며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드레스는 “이스라엘군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다”며 “그들은 우리 팀이 그 도로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신들도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WCK 차량을 저격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CNN은 “영상과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여러 차례 정밀 타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주장과 달리 이번 공습이 오폭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포병장교 출신의 탄약 전문가 크리스 콥스미스도 CNN 인터뷰에서 “무인기(드론)에서 발사된 고정밀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이스라엘군이 로고를 포함해 WCK 차량을 전면적으로 식별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잠정 중단한 WCK는 이날 400t 규모의 식량과 생필품을 실은 선박 3척을 키프로스로 돌려보냈다. NYT는 “전쟁과 이스라엘의 구호 제한으로 심각한 기아가 발생하고 있다”며 “WCK 활동가 사망으로 가자지구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유엔도 가자지구에서 야간 시간대 구호 물품 운송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WCK 활동가 사망을 계기로 직원들의 안전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전날부터 최소 48시간 동안 야간 운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자지구 북부로의 운송을 포함한 주간 운송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