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무슬림 초청 행사서 질 여사 발언 소개
백악관 “대통령 부부 모두 민간인 피해에 분노…이견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 멈추라”며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백악관이 무슬림 공동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초청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고 전했다.
행사에 초청된 이들에 따르면 이날 한 참가자는 자신의 행사 참석을 아내가 못마땅해했다는 발언을 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아내가 백악관 행사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해한다”면서 자신도 최근 질 여사로부터 “그만해요. 지금 당장 그만둬요 조(Stop it, stop it now, Joe)”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6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3만3000여명에 이른 데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과 언론인, 의료진, 구호 요원까지 무차별 공격하면서 국제사회에선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막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고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등 확고한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을 비판하며 국무부 관리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정부와 민주당 안에서도 반발 기류가 커지는 분위기다.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포함해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 여럿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일부 민주당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스라엘 편에 선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NYT는 질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 가운데서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정책 및 정치 문제와 관련해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질 여사가 과거에도 해외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해왔으며, 이는 대통령 부부의 장남 보가 2008년 이라크에 파병됐던 일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부인의 이런 ‘개인적인 반대’가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 정책을 전환하도록 한 징후는 현재로선 없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대통령 부부 사이에 이견은 없으며, 대통령 역시 영부인만큼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또 영부인이 이스라엘에 하마스에 대한 대응 노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질 여사의 공보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도 성명에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영부인도 구호 인력을 겨냥한 공격과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무고한 인명 손실에 대해 상심하고 있다”며 “대통령 부부 모두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