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가입하라는 오바마, 미조직노동자 지원하라는 윤석열

김지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내 가족의 미래를 보장해 줄, 좋은 일자리를 원하나요. 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누군가를 원하나요. 저라면 노동조합에 가입하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노동절 연설에서 노조 가입을 권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끌어올리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미조직 노동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 근로자들의 권익 증진은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직접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조직근로자지원과’를 설치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지시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울타리 밖에 있는 86.9%에 주목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접근법이 ‘반쪽짜리’라는 점이다. 미조직 노동자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조 조직률 높이기다. 노조 울타리 밖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와 교섭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조 가입을 권유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노조 조직률 높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기에다 화물연대의 파업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2년 말 두 차례 업무개시명령이 “파업 중인 화물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화물연대의 노조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모든 문제는 특수고용직인 화물기사들의 단체인 노조를 지속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미조직 노동자를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의 행보에 비춰보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 ‘오해’를 풀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된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연장 노동시간(주 52시간) 제한 등 근로기준법 핵심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2022년 기준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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