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민생토론회 점검회의에서 “현재 내국인 가사도우미·간병인 임금 수준은 부담이 크다”며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16만3000명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고용한 가사노동자는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한계를 악용해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밝힌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이었다. 그간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해왔으나, 부작용 우려가 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2년 연속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임명하는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교체될 예정이어서 윤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돌봄업종을 앞세워 최저임금 차등 적용제 도입에 나서려는 것 같다. 최임위 첫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밀어붙이라는 지침을 준 셈이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지 판단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어려움은 물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로 노동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맞벌이 부부 부담을 줄인다는 빌미로 돌봄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돌봄노동자 상당수는 다른 업종으로 이탈할 것이 뻔하다. 열악한 근로조건 탓에 가뜩이나 인력공급이 부족한 돌봄업종의 형편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그 피해는 이용자에게 돌아갈 공산도 크다.
무엇보다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만 낮은 임금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차별적·위법적 발상이다. 국적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국제규범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부 인증 서비스 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현행 가사근로자법에도 위배된다. 당장 노동계와 이주단체들은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노동시장을 늘리자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와 최저임금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임금’을 법으로 정해놓은 것인데, 그보다 낮은 임금을 ‘최저임금’이라 할 수 있겠는가. 외국인 노동력을 싼 값에 제공할테니 돌봄을 사적으로 해결하라는 발상은 저출생 해결에도 도움이 안된다. 윤 대통령은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장시간·불안정 노동과 성 불평등부터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