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 이 또한 지나가리.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왕생!”
법복을 입은 스님이 ‘극락도 락(樂)’이라는 제목의 무대에 오르자 환호가 쏟아졌다. 뉴진스님이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입힌 노래를 디제잉 하며 “극락왕생”을 외치자 객석은 순식간에 콘서트장이 됐다.
온라인을 달군 이 영상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모습이었다.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씨가 디제잉한 특별공연이 화제가 됐다. 폐막일인 7일까지도 화제가 된 불교박람회장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줄지 않았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이번 박람회는 ‘재밌는 불교’라는 주제에 걸맞게 젊은 세대 문화와 과감하게 결합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는 불교박람회는 그간 불교문화를 알리고자 불교 공예·미술, 사찰 음식 및 의복 등 다양한 문화를 선보여 왔다. 올해는 12회째였다.
특히 올해 박람회에선 다양한 굿즈와 체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깨닫다!’ ‘극락도 락이다’ ‘번뇌멈춰’ 등 일명 불교 밈(meme·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난 인터넷 유행어 혹은 이미지)이 프린트된 티셔츠와 스티커는 일찌감치 동나기도 했다. 박람회장에 마련된 출가 상담, 임종체험 부스도 인기를 끌면서 대기자 줄이 길게 이어졌다. 종교가 없다는 직장인 진모씨(27)는 “박람회 굿즈로 인기가 많은 ‘자빠진 쥐’ 도자기 굿즈를 사고 싶었는데 품절이라서 아쉬웠다”면서 “귀엽고 재치 있는 굿즈로 불교라는 종교를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했다.
2030 세대가 이번 박람회의 주 관람층을 차지하면서 “불교가 힙해졌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4일 박람회를 찾은 김모씨(25)는 “신자는 아니지만 평소 불교에 호감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뉴진스님의 디제잉 파티나 다양한 공예품처럼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체험들이 입소문 났기 때문에 불교라는 종교가 주는 이미지가 소위 ‘힙해졌다’고 느꼈다”고 했다.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2023년 종교 호감도 조사를 보면 불교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긍정 감정 100점 만점에 52.5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5.4점 올라갔다.
불교박람회가 단순한 놀이문화를 넘어 스트레스가 큰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는다는 해석도 있다. 직장인 이모씨(28)는 “회사 스트레스로 고민이 많았는데 박람회 토크쇼 중 한 스님이 ‘행복에는 불행이 따르고 불행에는 행복이 따른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말에 번뇌를 멈추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싱잉볼(주발)이나 목탁을 두드려 보는 공간, 야외에서 진행된 공덕 쌓기 등 전반적인 체험들이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안정시키는 경험이었다”며 “그 시간만큼은 번뇌를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전 세대가 불교를 종교의 관점에서만 접근했다면 지금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들은 불교가 현대인들의 주된 생활 방식인 집착과 성과주의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해 치유의 의미를 담아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