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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무너지고 잠수병 고통, 그래도 후회 안 해”

입력 2024.04.08 06:00

수정 2024.04.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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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 희생자 수습 나섰던 잠수사 전광근·황병주씨

세월호 잠수사 출신 전광근씨가 31일 전남 여수시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시은 기자 사진 크게보기

세월호 잠수사 출신 전광근씨가 31일 전남 여수시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시은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 전광근씨(48)는 아직도 세월호를 생각하면 눈앞을 가렸던 캄캄한 어둠이 떠오른다 했다. 그날 맹골수도에 잠긴 세월호 선체 내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미로 같은 선내를 헤집다 보면 배가 찌그러지면서 가라앉는 소리가 울렸다. 전씨는 손으로 더듬으며 시신을 찾았다. 아직도 자신이 건져 올린 희생자들의 굳은 몸과 표정, 옷차림이 떠올라 잠자다 깨는 일이 많다.

전씨는 그때도 지금도 울지 못했다. 그는 “당시에는 마음이 무너지면 일을 빨리할 수가 없으니 슬퍼할 겨를도 없었고, 지금은 슬퍼도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울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었던 잠수사 황병주씨(65)는 당시 상황을 “전쟁터”라고 기억했다. 선내에 진입한 황씨가 손을 휘젓자 여러 명이 손에 닿았다. 황씨가 물속에서 지른 비명은 자신에게만 크게 울렸다. 황씨는 “배 위로 올라온 내가 오열했었다고 동료들이 전해줬다”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만히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전씨는 2년 전을 마지막으로 물에 들어가는 일을 관뒀다. 2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지만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물에 들어가 해삼 같은 물컹한 것이라도 닿으면 그때 생각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공황장애·불면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등 여덟 가지 약을 먹는다.

황씨는 세월호 참사 후 골괴사(뼛속 혈관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잠수병) 판정을 받았다. 산업재해는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는 “세월호는 산업 현장이 아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인정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황씨는 신장병이 악화해 병원에서 주 3회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트라우마 치료도 함께 받는 중이다.

세월호 잠수사 출신 황병주씨가 2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세월호 잠수사 출신 황병주씨가 2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일상도 무너졌다. 전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일하던 사업장에 “며칠만 다녀오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나섰지만 실종자 수색 작업은 3개월 넘게 계속됐다. 현장 책임자였던 전씨가 희생자를 수습하는 동안 공사가 지연됐고, 그 후 일감이 끊겼다. 황씨는 “세월호에 투입된 잠수사들은 몸이 다 망가졌다더라”는 소문이 나며 한동안 일감을 구하지 못했다. 황씨는 잠수사를 그만두고 대리운전 기사를 거쳐 지금은 건설 현장 관리직으로 일한다.

희생자 수습의 주역인 잠수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점점 까다로워졌다. 지난해부터 세월호 민간 잠수사의 치료비 지원에 심의 절차가 신설됐다. 잠수사들이 받는 치료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행위의 인과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황씨는 “잠수사들을 ‘의인’이라며 칭송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사후처리를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전씨는 “정부에서 잠수사들을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며 “트라우마는 직후에 찾아올 수도 있지만 갑작스레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잠수사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상에서 세월호를 떠올린다. 황씨는 “가끔 바다에 들어가면 ‘너희들 영혼이 여기에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전씨가 일하는 현장에서 선원 익사 사고가 났다. 시신을 마주하고 주저하는 잠수사들에게 전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씨는 “시신을 처음 본 동료들이 수습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당시가 떠올랐다”며 “그땐 ‘겁이 나 희생자들을 못 데리고 나오겠다’던 잠수사에게 화를 내고 설득했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더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세월호 잠수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해도 그 결정을 반복하겠다고 했다. 전씨는 “미수습자들을 유가족에게 마저 찾아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며 “능력이 있었다면 수색을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죄책감도 들었다. 다시 돌아가도 배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황씨 역시 지금도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묻자 “마음은 가기 싫다 해도 몸은 이미 거기에 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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