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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아닌 선생님으로 봐준 아이들 덕에 성장”[세월호 10년, 함께 건너다]

입력 2024.04.08 06:00

수정 2024.04.0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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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 생존자 김주희씨

세월호 생존학생 김주희씨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세월호 생존학생 김주희씨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014년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 325명 중 구조된 사람은 75명이다. 생존 학생들은 약 두 달간 심리치료 등을 받고 학교로 돌아왔다. 2016년 1월 단원고에서 이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 대표는 연단에서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그것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며 “스스로가 강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졸업 후 5년이 지난 2021년 봄. 단원고 생존 학생 10여명이 안산 단원구 ‘쉼표’에 모였다. 김주희씨(27)도 이곳에 있었다. 쉼표는 생존 학생들이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생존 학생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던 때였다. 김씨는 당시 매일 방과 후 쉼표로 갔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공부하고 생일 파티를 열었다. 타지로 대학을 가면서 김씨가 쉼표를 찾는 일도 자연스레 줄었다.

졸업 후 쉼표를 떠났던 김씨는 대학을 마치고 다시 쉼표를 찾았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지역 아동을 가르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였다. 김씨는 “참사 직후 모르는 분들이 위로를 건넸다”며 “받기만 하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베푸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멘토는 처음이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태권도 학원에 다녔다. 대학도 태권도학과에 진학했다. “몸을 움직이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이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예술 활동으로 사회성을 기르는 공동체 학습 프로그램을 짰다. 다른 학생들도 풋살·요리·보드게임 등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골랐다.

활동에 앞서 받은 심리상담은 참사 후에 받은 상담과는 달랐다. 김씨는 “참사 직후에는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가 주목적이었다”면서 “멘토링을 앞두고 참여한 ‘청년역량강화활동’은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잘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담이었다”고 했다. 다른 생존 학생들과의 만남도 늘었다. 김씨는 “대학교에 간 뒤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멘토링이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창구가 됐다”고 했다.

수업은 아이들이 방학을 맞는 6~7월에 시작돼 10월까지 이어졌다. 매주 혹은 격주 주말에 멘토와 멘티가 만났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멘티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수업 중 김씨는 안전을 여러 번 강조했다. 김씨는 “참사를 겪은 뒤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뚜렷해졌다”면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경험을 남겨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세상은 김씨를 편견으로 바라봤다. ‘생존 학생’에 대한 편견이었다. 많은 이가 ‘참사 이후 삶이 달라졌냐’ 물었다. 대학은 어딜 갔는지,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부를 묻는 것인지, 호기심을 채우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온라인에서는 생존자를 향한 2차 가해 댓글이 넘쳐났다. 사람들을 향한 불신이 커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꿋꿋하게 살아가던 김씨가 편견 섞인 질문을 받으며 든 의문이었다.

멘토링에서 만난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김씨가 몇 살인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와 함께해주는 선생님.” 김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게 됐고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다시 배웠다고 했다. 김씨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멘토링 활동에 참여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세월호 관련 예산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더니 예산 배정이 미뤄졌다. 지난해부터 국비지원이 보류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아이들과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활동으로 키워가려던 김씨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그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예산 문제로 중단된 데 이어 쉼표도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참사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장소와 활동이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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