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숫자 9’ 시비된 MBC 복면가왕 불방 사태, 이런 일 언제까지

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MBC 제공

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MBC 제공

M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불방 사태가 총선 이슈로 불거졌다. 여권은 MBC의 의도적 정치행위라고 반발한 반면 야당들은 윤석열 정부 책임을 직격하고 나섰다. 애당초 MBC <뉴스데스크>의 일기예보 그래픽 ‘미세먼지 1’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법정 제재를 받으면서 ‘편향 심의’ ‘언론 검열’ 시비가 커진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MBC는 지난 7일 방영 예정이던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을 4·10 총선 뒤인 14일로 미뤘다. 조국혁신당 기호(9번)가 연상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내부 의견에 따른 것이다. 방송에선 만화 <은하철도999> 주제곡을 부르는 등 ‘숫자 9’가 톺아진 걸로 전해졌다. 오해의 주체가 ‘미세먼지 1’을 문제 삼은 정부·여당임은 불문가지다.

여권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8일 논평을 통해 “(MBC는) 지금이라도 ‘야당과 짜고 친다’는 정치권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당장 복면가왕을 방영하기를 촉구한다”고 발끈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복면가왕 9주년의 9자가 조국혁신당 9를 상징해 그만둬야 한다면 KBS 9시 뉴스도 끝내야 한다”고 맞섰다. 역대 최고 총선 사전투표율에 비친 유권자 의식 수준을 생각하면 여야의 결방 논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음악 예능이나, 일기예보를 보며 총선을 떠올릴 유권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복면가왕 불방을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상식 밖의 논란과 상황을 만든 정부·여당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불거진 언론 장악·통제 시비는 총선 앞에 ‘여당 민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속 심의, 법정 제재’ 공식이 반복되면서 심화했다. ‘관계자 징계’ 중징계를 받은 ‘미세먼지 1’ 외에 윤 대통령의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을 전한 <뉴스데스크>의 일상적 보도(3월20일)도 국민의힘 민원에 따라 선방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MBC가 자기검열하듯 불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선방위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반영되는 방송평가 감점 사유가 된다. 정부·여당이 ‘정치적 행위’라고 공격하는 것이 사실상 ‘검열’로 작동하고,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 지금 공영방송이 ‘땡전 뉴스’로 시작하던 5공 시대인가. 여권은 그런 후진적 언론과 비판이 봉쇄된 공론의 장을 만들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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