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의 한표가 희망이다

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영등포구 YDP미래평생학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가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영등포구 YDP미래평생학습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가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 투표가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259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꼭 투표해 정권 실패를 심판해달라”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도하고 뻔뻔한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달라”고 호소했다.

유권자의 눈에 비친 이번 총선은 시작부터 끝까지 실망의 연속이었다.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폐지를 공약하고도 어겼다. 정책과 비전 대결은 실종되고 선심성 공약들이 남발됐다. 여야 대표조차 입에 담기 민망한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토건 개발 약속을 들고 전국을 돌며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열었는데, 이번처럼 대통령이 관권선거 시비 속에 여당 지원을 위해 전면에 나선 총선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꽃게철 불법조업 현장 점검’을 앞세워 인천을 찾았다. 이 일이 대통령이 현장 행차해야 할 일인지 물음표가 붙었다. 눈앞의 의석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의 행태는 매우 유감이다. 그렇다고 총선의 의미마저 퇴색되진 않는다.

총선은 법안과 예산안을 결정하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절차다. 또한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공과를 엄중하게 중간평가하는 기회이다. 유권자는 윤석열 정부의 2년을 돌이켜 보고 정부에 힘을 실어줄지, 견제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민생 위기, 이념적 편향, 민주주의 후퇴 등에 대한 국민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윤 대통령은 잔여 임기 3년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 반면 여소야대가 되면 윤석열 정부의 불통·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고, 국정운영 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는 민심이 표출된 걸로 볼 수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역량이 있는지, 4년간 국회를 주도할 능력이 있는지 평가받을 것이다.

지난 5~6일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유권자 4428만명 중 3000만명은 아직 투표권이 남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불과 득표율 0.73%포인트 차로 대통령이 선출됐고, 역대 총선에선 단 몇 표로 당락이 바뀐 일도 있었다. 지금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 알 수 없는 접전지역이 50곳에 이른다고 한다. 한 표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국민들은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민생이 위기에 처하면서 정치가 왜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 분명한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를 변화시킬 힘은 유권자의 한 표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혐오스럽다고 투표를 포기하면 안 된다. 주권자가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마음에 쏙 드는 후보와 정당이 없어도 후보의 자질·공약을 꼼꼼히 살펴 차선·차악이라도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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