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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주는 살아 있다

입력 2024.04.10 22:17

수정 2024.04.1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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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울고 있었다. 제주 4·3 제76주기 전야제가 열리는 제주도엔 낮부터 제법 쌀쌀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외치고 있었다. 그날의 상처와 슬픔을 넘어 ‘제주도는 살아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4·3 전야제 <디아스포라, 사삼을 말하다>는 4·3을 대표하는 미적 형식의 가능성을 예감하게 하는 무대였다. 상징이 없는 기억투쟁이란 오래 가지 못한다. <기억·서사>(2000)의 저자 오카 마리가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사건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그런 의미일 테다.

4·3이라는 ‘사건’의 기억을 타자와 나누어 갖기 위해서는 사건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한다. 제주 4·3은 현기영의 <제주도우다>,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의 <화산도>, 시인 김시종의 시집과 자서전 <조선과 일본에 살다> 등을 통해 문학적으로 재현되었다.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 단독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인 1947년에 일어난 4·3은 정상성으로 되돌려야 하는 ‘법-체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복잡한 양상을 띤다. 그러므로 제주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5·18 광주가 그렇듯이 여전히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전야제 <디아스포라, 사삼을 말하다>는 재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품은 기획이었다. 제주 4·3이 어느 정도 진상 규명되는 데에는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1957) 이후 지금껏 재일 디아스포라, 즉 김석범과 김시종 같은 재일조선인 작가들의 기억투쟁이 역할을 했다. 김시종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주민예총 김동현 이사장이 대본을 써서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4월>(작곡 정원기, 연출 왕정민)은 4·3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라고 부를 만했다. 극중 삽입된 스무 곡의 곡 중 <탄압이면 항쟁> <너는 시를 쓰고 나는 너를 읽고> 같은 곡들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뮤지컬 <4월>은 ‘새 나라, 새 땅, 하나의 국가’를 바랐던 제주 사람들의 강렬한 염원이 해방공간에서 좌절되는 과정을 다룬다. 김동현의 말처럼 4·3은 “법의 선포와 법의 정립을 둘러싼 대결”이었다. 작중 ‘승진’은 4·3 때 일본으로 밀항해 이제 90대가 된 재일조선인 시인이다. 그는 70여년 전 제주에서 헤어진 애인 ‘정순’이 제주4·3평화공원 행불자 묘역에 묻힌 것을 뒤늦게 알고, 묘역을 찾아 깊은 회상에 잠긴다. 그렇듯 <4월>은 갈 수 없어도 가야만 했고, 날 수 없어도 날아야 했던 재일 디아스포라의 비극적 운명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김시종이 시 ‘봄’에서 “봄은 장례의 계절입니다”라고 쓴 것도 무리는 아니다.

4·3 전야제에서 확인한 것은 디아스포라 아트의 가능성이었다. 곡 완성에 6년이 걸렸다는 재일 뮤지션 박보의 <제주4·3> 공연은 폭발적인 창법으로 해방감을 선사했다. ‘미스터 낙천’이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박보 밴드의 공연은 디아스포라가 더 이상 ‘고향 상실자’가 아님을 역설했다. ‘재일’이라는 중력 안에서도 능동적으로 재일을 살았던 재일 디아스포라 아트가 우리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려면 우리가 소수자 해방의 논리와 감정을 한데 끌어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4월이 가지 않았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고영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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