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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기의 심리학

입력 2024.04.11 07:00

수정 2024.04.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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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편가르기의 심리학

승패가 났다. 환호하며 혹은 탄식하며 개표방송을 시청하셨을 것이다.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느라 하얗게 불태웠을 때와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드는가? 정확하다. 과학자들은 당파적 성향이 스포츠 팬덤과 유사함을 밝혀냈다. 남성의 경우, 상대를 때려눕히게 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월드컵 경기 때뿐만 아니라 선거일 밤에도 자기 편의 승패에 따라 솟구치거나 곤두박질친다.

좌우 진영, 종교 분파, 일진 청소년, 직장 내 파벌, 스포츠 열성팬 등등 인간은 패거리를 짓는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팀원끼리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처럼 패거리를 잘 지으려면 고도로 복잡한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러한 계산을 척척 잘해낸다.

이를테면, 우리는 집단을 마치 하나의 행위자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이 읍소에 나섰다”거나 “민주당이 반색했다”고 태연히 말한다. 정당은 사람이 아니라서 읍소도 반색도 할 수 없는데 말이다. 무엇보다도, 집단 내에서 나는 발 벗고 나서는데 동료가 무임승차하면 나만 큰 손해이므로 우리는 동료의 충성심을 각별히 신경 쓰도록 진화했다. 강성 지지층은 상대 당의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당에 속한 비주류 정치인에게 더 험한 막말을 퍼붓는다.

정교하게 작동하는 연합 심리 중에는 자신이 속한 부족이 경쟁 부족보다 더 옳고 더 고결함을 입증할 수 있다는 신념을 닥치고 받아들이는 편향도 있다. 이른바 ‘우리편 편향’이다. 부정선거 의혹, 탈원전 정책, 부자 감세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일반인이 직접 옳고 그름을 판정하긴 어렵다. 사실 한 개인이 그런 사안에 어떻게 입장을 정하든 그가 국정 운영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어떤 신념은 그가 소속 집단에 얼마나 헌신하는지 알려주는 ‘충성의 배지’가 된다. 만약 진보 진영의 시사평론가가 현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은 올바르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친구들이 다 떠나고 그의 사회생활이 파탄 날 것이다. 요컨대 객관적으로는 틀릴지 몰라도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충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신념을 참이라고 주저 없이 받아들였던 조상이 자연 선택되었다.

2012년 법학자 댄 케이헌은 좌우 진영 모두 당파적 편향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피험자들에게 시위자들이 어느 건물 앞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자료만 보면 뭘 요구하는 시위인지 알 수 없었다. 병원 앞에서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시위라는 설명을 들은 순간, 우파들은 평화로운 모범 시위라고 답했다. 좌파들은 폭력적인 불법 시위라고 답했다. 병무청 앞에서 군 동성애 처벌에 반대하는 시위라는 설명을 들은 순간, 좌파들은 양식 있고 깨어 있는 시위대라며 감탄했다. 우파들은 무대포로 막 나가는 시위대에 전율했다.

선거는 끝났다. 진영 간의 대립이 남았다. 이러다 나라가 두 쪽 나겠다는 비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우리편 편향>을 쓴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는 현시대가 우리편 편향 사회라고 말한다. 좌파와 우파는 각자의 진실을 추구하지만, 객관적 진실로 함께 수렴해 나갈 방안이 없다. 내로남불은 어느 한 정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상대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

어떻게 우리편 편향을 피할 수 있을까? 첫째, 내 신념은 내가 소중히 지켜야 할 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 여러분이 진보 진영이라면 아마 유전자변형식품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닐 것이다. 이는 당파성에서 나온 신념이다. 과학적 증거에 바탕을 둔 신념이 아니다. 반증하는 증거가 있으면 그 즉시 입장을 바꾸겠노라고 공언하지만, 막상 누가 반대 증거를 가져오면 어떻게든지 허점을 찾기에 바쁘다. 우리 진영에게 유리한 신념을 매우 가치 있다고 여기게끔 내 마음이 진화했을 따름이다. 꼭 그런 마음을 따를 필요는 전혀 없음을 기억하자.

둘째, 우리는 국민의힘 부족 혹은 더불어민주당 부족의 구성원이 아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당파성은 특정 사안에 대해 입장이 같은 이들이 잠시 협력한다는 느낌보다는 뜻이 맞는 동지들과 끈끈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때문에 ‘우리’ 당이 내놓은 정책이라면 묻지도 않고 찬성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지금 다시 계몽>을 쓴 스티븐 핑커는 정치를 격투기 경기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과학적 실험으로 본다면, 어떤 정당에서 나왔든 최선의 방책이라면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는 스윙보터가 되어야 사회가 크게 번영하리라고 조언한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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