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친윤석열계 현역 의원들은 다수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경향신문 분석 결과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에서 살아남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의원은 모두 본선에서도 승리했다.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은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3선에 성공했고, 권성동 의원은 강원 강릉에서 5선 중진이 됐다. 윤한홍 의원도 경남 창원 마산회원에서 3선 의원이 됐다. 이들은 모두 본인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희생’ 차원에서 불출마를 택했다. 대신 장 의원이 지원한 인물이 당 공천 심사에서 같은 지역구에 단수추천됐고 끝내 당선돼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평이다.
직전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울산 남을에서 5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말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본인 지역구는 지켰다. 김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형성하고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대표 선출된 바 있다. 친윤 모임 ‘국민공감’ 간사를 지낸 김정재(경북 포항북) 의원도 3선 축배를 들었다.
친윤석열계 초선 의원들도 대거 재선에 성공했다. 윤 대통령 ‘술친구’로 알려진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을 필두로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 강민국 의원(경남 진주을), 유상범 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을) 등이 당선됐다.
이들의 성취는 애당초 당선이 용이한 지역구에 공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구 획정에 따라 지역구가 강제 조정된 박수영 의원을 제외하고는 윤핵관·친윤 의원 대부분이 국민의힘 ‘텃밭’인 본인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했다. 이들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상대로 ‘초선 의원 연판장’을 돌려 조직적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용핵관’(용산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참모 출신도 ‘꽃길’을 걸었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은 보수 우위 지역에 공천돼 결국 당선됐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 분당을)은 참모 출신 가운데 치열한 본선 경쟁을 뚫고 당선됐다.
다만 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린 이용 의원(비례)은 ‘험지’ 경기 하남시갑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윤석열 대통령은 한 몸”이라며 ‘당정일체’를 강조한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도 낙선했다.
친윤계 핵심들이 대거 생환했지만 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이들의 당내 장악력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을 포함해 108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90명, 비례대표 18명을 당선시켰다. 지역구 당선인 중 현역 의원은 45명으로 절반이고, 초선은 28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1명, 부산 17명, 대구 12명, 경북 13명, 경남 13명, 강원 6명, 경기 6명, 울산 4명, 충북 3명, 충남 3명, 인천 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역구 당선인의 약 3분의 2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 몰려 영남당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2석이 걸린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는 19명을 당선시키는데 그쳤다.
국민의힘 당선인 평균 연령은 57.51세였다. 연령별로는 60대가 44명(48.89%)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33명(36.7%)이었다. 40대는 7명, 30대는 4명에 그쳤고 70대는 2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78명(86.67%)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여성은 12명(13.33%)에 그쳤다. 최고령은 1952년생 한기호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이고, 최연소는 1990년생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