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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순간’에만 머무른 진상 규명…재난 조사는 어때야 하는가

입력 2024.04.15 06:00

수정 2024.04.1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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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이뤄진 공적 조사, 한계와 의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2020년 9월 세월호 블랙박스 CCTV 조작 관련 특별검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DVR 조작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2020년 9월 세월호 블랙박스 CCTV 조작 관련 특별검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DVR 조작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는 재난 조사 역사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참사 이후 약 8년에 걸쳐 공적인 조사위원회가 세 번 구성됐다. 정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이 재조사를 요구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참사 3년 만에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구성됐다. 여전히 진상조사가 미흡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도 생겼다. 그러나 조사를 거듭할수록 시민과 진실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재난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갈수록 조사의 초점이 좁아진 게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조사기구는 매번 출범과 운영, 해산 등 전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특조위(2015년 3월~2016년 9월)는 유가족이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간신히 출범했으나 당시 박근혜 정부는 조사위 설립과 활동을 끈질기게 방해했다. 인력·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범한 특조위는 결국 보고서 발간조차 하지 못하고 해산됐다. 선체 인양 후 출범한 선조위(2017년 3월~2018년 8월)는 블랙박스 등 일부 디지털 자료를 복원했으나 침몰 원인을 명확히 결론 내지 못했다. 조타 장치 이상 등 침몰 원인이 선체 내부에 있다는 ‘내인설’과 외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열린안’을 동시에 제시하는데 그쳤다.

마지막 조사기구인 사참위(2018년 12월~2022년 9월) 역시 3년 넘게 조사를 벌였으나 ‘의혹만 남겼다’는 비판을 받으며 퇴장했다. 사참위는 종합보고서에서 “세월호 선체 변형과 손상의 원인이 수중체 접촉에 의한 외부 충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해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모호한 결론을 냈다. 외력설을 배척하는 외부 기관의 의견서는 최종 결론에 반영되지 않았다. 조사기구 내에서도 외력설 입증에 지나치게 몰두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유가족 단식, 겨우 출범한 ‘특조위’
선체 인양 후 ‘선조위’·마지막 ‘사참위’
‘원인’에 자원·인력 쏠려 균형 잃고
‘결함 많은 배’ 출항 이유·구조 실패 등
참사 이전·이후 ‘구조적 진실’ 못 밝혀

재난 조사가 ‘참사 순간’의 세세한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발이 묶인 탓에 ‘참사 이전’과 ‘참사 이후’의 구조적 진실을 밝히는 데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애초 결함이 많은 배가 어떻게 출항할 수 있었는지, 위험을 방치한 조직과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사고 이후 해양경찰의 구조작업은 왜 실패했는지, 조직 차원의 문제는 없었는지 등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서승택 전 사참위 안전사회국 조사관은 “모두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 무엇인지만 궁금해했다”고 했다.

박상은 전 특조위 조사관도 “인력·자원을 해경 구조작업의 문제점을 조사하는데 투입하기보다 침몰 원인 조사에 과도하게 투입하다 보니 균형 잡기에 실패했다”면서 “청해진해운 임직원을 다시 만난다거나 한국선급이나 연안 여객선의 운항과 관련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조사를 했더라면) 조사관의 질문도 ‘평상시 대응 훈련은 어떻게 했는가?’ 등으로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재난 조사가 구조적 진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면 ‘누가 나쁜 놈인가’에서 끝나고 만다”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해경의 구조작업 관행에 관한 일부 내용이 보고서에서 빠져버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준태 전 사참위 진상규명국 조사관은 “관행과 제도의 문제가 보고서에 들어가면 당시 형사재판 중인 해경 지휘부의 처벌을 가로막는 근거가 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왔다”며 “사참위 보고서를 근거로 재판에서 ‘개인 잘못이 아니라 제도 문제 때문’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내부에 있었다”라고 했다.

재난 조사의 초점이 ‘사실관계’로 좁혀진 탓에 우리 사회가 참사를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했고 나아가 비극을 역사로 기록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박 전 조사관은 “시민에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고 하면 ‘뭘 기억해야 되냐, 아무것도 안 밝혀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냐’ 이런 반응이 나온다”며 “(재난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재난 대응 시스템이 엉망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명확한 서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조사관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무엇을 기억할지에 대해 담론을 만들어가는 사회적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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