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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안아주는 학교 되길”···단원고 교사의 10년

입력 2024.04.15 16:09

수정 2024.04.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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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23년 단원고등학교에 재직했던 김덕영 교사가 지난 14일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를 두고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09~2023년 단원고등학교에 재직했던 김덕영 교사가 지난 14일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를 두고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14년 4월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특수교사 김덕영씨는 특수학급 학생들을 인솔해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교사도, 학생도 설레는 수학여행이었다. 제주도에서 본 학급과 만나기로 했다. 김씨와 아이들은 제주도에 가지 못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에 황급히 발길을 학교로 돌렸다.

학교는 아수라장이었다. 생존자 명단을 파악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며칠 전까지 살갑게 인사하던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시신을 안치할 곳을 찾아 안산 내 장례식장에 전화를 돌렸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오열했다. 새벽에 전화를 걸어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라며 흐느끼는 유족도 있었다. 같이 울었다. 그때부터 세월호는 김씨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억지로 일에 파묻혀 지냈다. 그러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였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던 고 이지혜·김초원 선생님의 순직 촉구 운동을 벌였다. 2017년 두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됐다. 참사 후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 직후 개인 사정으로 휴직했다. 트라우마가 몰려왔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놓으면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김씨는 “안 좋은 소식이 전해오지는 않을까. 그런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나. 계속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약 1년여간 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다.

참사 당시 함께 있던 교사들은 하나둘 다른 학교로 발령 났다. 기간제 교사였던 김씨는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학교에 남았다. 김씨는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학교에 한 명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학교 간 관계의 물꼬를 트려고 노력했다. 김씨는 “유가족이 방문하면 이슈가 생기고 그러면 (학교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학교는 유가족을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결실도 있었다. 2021년 12월30일 단원고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준비한 극 <장기자랑>이 열렸다. 김씨는 “여러 차례 일정 취소와 설득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며 “단원고는 당사자 학교인 만큼 더 유가족을 포용하고 먼저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신청한 재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416공방 애프터클래스’ 수업이 진행됐다. 강사로 나선 유가족들이 재학생과 만났다. 김씨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유가족들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막상 만나보니 동네 어머니, 이모 같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학교 풍경은 달라졌다. 참사 후 중단됐던 수학여행은 지난해 재개됐다. 김씨는 “봄을 맞는 아이들 표정을 보면 참사 후 침체됐던 학교가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학교에 ‘마을공동체 개방형 사회적 협동조합’ 공간이 마련됐다. 단원고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운영하는 카페 및 휴게공간이다. 이곳에서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들 간의 접점을 넓혀가는 게 김씨 목표다.

2009년부터 단원고에서 근무한 김씨는 올해 학교를 떠났다. 떠난 이유에 대해 “개인적 사정”이라며 말을 아낀 그는 단원고 협동조합 활동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내가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며 “참사 이후 나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세월호를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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