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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체통에 쌓인 그리움·위로·다짐

입력 2024.04.15 20:54

수정 2024.04.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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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교실에 기억을 담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교실에 기억을 담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편지·엽서 등 4000건 육박
기억저장소에서 디지털로 보관

세월호 10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 청년부터 50대 중년까지 10여명이 모였다. 지역 주민에게 참사 후 달라진 마을 이야기를 듣는 ‘고잔동 마을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이제 편지 쓰기 시작해볼까요?” 강사의 말에 시민들은 각자 준비해온 엽서를 꺼냈다.

한 참가자가 “받는 사람을 정해두고 써야 하냐”고 묻자 “세월호 아이들에게 추모편지를 써도 좋고, 유가족에게 마음을 담아 써도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노란 펜을 든 이들은 각자의 그리움과 다짐을 엽서에 적어 내려갔다.

인천에서 온 오현정씨(56)는 “상처를 입은 공간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상처를 서로 보듬고 돌보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오씨는 “세월호는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였지 않나”라면서 “당사자들이 아파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치유해 나가는 여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왔다는 윤은미씨(52)는 “참사 초기에는 ‘잊지 않고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내용이었다면 지금은 ‘10년이 지났는데도 사회가 변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안산 주민인 송희진씨(22)는 “언니와 친하게 지내던 오빠가 세월호에 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먼 여행을 떠난 지인과 또 다른 희생자들에게 못다 한 말을 적었다”고 했다. 송씨는 “동네에서 유가족들을 마주친 적이 종종 있는데 웃으면서 애써 괜찮다고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누구도 이런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연을 적은 엽서를 단원고 한쪽 언덕에 설치된 노란우체통에 넣었다.

노란우체통은 2022년 단원고에 처음 설치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농성하던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도 비슷한 우체통이 설치됐다.

노란우체통에는 10주기를 앞두고 시민들이 넣은 편지가 수십통 쌓여 있었다. 편지는 4·16세월호가족협의회로 전달된다. 4월이 되면 전국 각지 학교, 시민단체 등에서 4·16세월호가족협의회로 편지를 보낸다. 장동원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10주기가 다가오면서 편지뿐 아니라 포스트잇 보드 등 단체로 보내오는 것이 늘었다”고 했다.

모인 편지는 안산 단원구 민주시민교육원 내 4·16기억저장소에 보관된다. 지난 10년간 이곳으로 온 엽서는 1246장, 편지 1437통, 메시지 1154건이다. 낱장일 경우에는 엽서, 여러 장이거나 특정인에게 보내는 것은 편지, 포스트잇 등은 메시지로 분류된다. 엽서와 메시지는 단체로 온 것이 많아 실제 장수는 훨씬 많다. 단체 엽서는 보통 500장을 한 건으로 묶어 보관한다고 한다. 한곳에서 꾸준히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기억저장소는 자료를 스캔해 디지털 자료로 온라인에 보관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림·사진·조각·서예 등 보내오는 기록물도 다양하다. 기억저장소 관계자는 “참사 초기에는 편지 형식의 기록물이 많았다면 요즘은 유화, 판화, 설치미술까지 기록물의 형태가 더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억저장소에서 일하는 고 허재강군 어머니 양옥자씨는 “대부분 ‘잊지 않겠다’ ‘함께하겠다’와 같은 내용”이라며 “편지가 오면 엄마들끼리 돌려보면서 위안을 얻고는 했다”고 전했다. 양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10주기를 맞아 ‘10년이 흘러도 여전히 아프실 것 같다. 자라날 후배들이 아프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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