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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지나 또 어둠이 찾아와도 괜찮다”···아버지는 슬픔 대신 기억을 약속했다

입력 2024.04.16 11:30

엄마, 아빠들은 아직 너희들 만나기를 많이 두려워한다. 왜 그런 줄은 알지? 면목이 없어서 그랬지. 10년 전에 너희들이 가장 많이 불렀을 그 이름을 엄마, 아빠라는 그 이름을 당연히 알고 있기에 너희들 만나러 가는 날 안아주지는 못해도 ‘엄마, 아빠 왔냐’고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10년을 가고 있다.

엄마, 아빠들 가는 길에 너희들이 있어서 이 길을 가는 것도 우리는 너무 힘이 돼. 먼 훗날 손잡아주기를 바라며 10주기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듯하지만 17일이 되면 또 시커먼 어둠이 찾아올 거야. 괜찮다. 밤하늘의 별들이 비춰줄 그 길을 아빠, 엄마는 알고 있기 때문에 잘해볼게.

-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의 영화 <바람의 세월> 속 문씨 모습. 유튜브 416TV 갈무리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의 영화 <바람의 세월> 속 문씨 모습. 유튜브 416TV 갈무리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단원고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0년 전 돌아오지 못한 딸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세월이 흘러도 항상 기억을 되살리겠다는 약속이자 다짐이었다.

문씨는 지난 10년간 세월호 가족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지난 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은 문씨가 3654일간 쌓아온 영상 5000여개를 104분으로 압축한 결과물이다.

문씨가 처음 카메라를 든 것은 2014년 8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단식 투쟁 때였다. 문씨는 “국회 본청과 광화문에서 가족들이 버티고 유민 아빠가 긴 날 동안 그렇게 단식 투쟁을 했던 과정이 있었다”면서 “세상에 온갖 혐오들로부터 ‘저희 그런 사람들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특별한 말도 말재주도 없고 그냥 우리 이러고 있습니다’라는 걸 비춰주자, 그렇게 시작했다”고 했다.

문씨는 참사 당시 구조된 학생들이나 유가족들이 주변의 모욕이나 손가락질로 인해 고통을 겪어왔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뭘 더 바라느냐’ ‘돈 떨어졌냐’ 그런 말씀 하시기 전에 영화를 한번 보시라”면서 “무작정 그렇게 반대를 위한 반대나 광화문에서 단식할 때 피자 파티, 치킨 파티 하는 것들이 되돌아보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간접 살인이었다”고 했다.

문씨는 이어 “국가는 생존자들이 친구를 놔두고 혼자 살아온 아이들로 모함을 시켰고 그 아이들에게는 생존자라는 게 십자가가 됐다”면서 “그래서 (영화) 자막에 생존자를 넣지 않고 (아이들 이름) 앞에 ‘우리’를 달았다. 우리 아이들이다”라고 했다.

문씨는 영화에 세월호 침몰 당시 영상을 담지 않기로 스태프들과 약속했다고 했다. 문씨는 “이 영화가 울고 끝나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면서 “감독이라서라기보다 아버지로서 그 장면을 안 쓰기로 처음에 약조를 받았다”고 했다.

문씨가 만든 영화를 제일 먼저 시사한 이는 딸 지성양이라고 했다. 문씨는 “영화를 USB에 담아서 제일 먼저 경기 화성 효원공원에 갔었다”면서 “우리 지성이가 진상규명하라고 그랬지 영화 만들려고 그랬냐고 그날 그러더라”고 했다.

문씨는 딸에게 남기는 편지에서 계속해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이 되면 또 시커먼 어둠이 찾아올 거야. 괜찮다. 밤하늘의 별들이 비춰줄 그 길을 아빠, 엄마는 알고 있기 때문에 잘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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