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상 선수 유니폼, 신체 노출 부추겨 비난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공개된 미국 육상 선수 유니폼이 여성 선수들에게만 신체 노출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키는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 육상 선수들이 착용할 경기복을 제작해 지난 11일 선보였다.
그러나 해당 경기복은 공개 직후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남성 선수들의 유니폼은 반바지 형태로 제작됐지만, 여성 유니폼은 다리 전체와 골반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남성 선수들은 운동능력에 집중하는 동안 여성들은 생식기가 노출되지 않을지, 찰과상이 생기지는 않을지, 왁싱을 받아야 하는 건지 걱정해야 한다. 이게 동등한 기회라고 할 수 있냐” “왜 여성들은 남성과 같은 옷을 입지 못하냐” “이건 수영복인 듯. 여성 러닝 복은 어디 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선수들도 실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성차별적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장거리 장애물 달리기 선수인 콜린 퀴글리는 로이터통신에 “이 경기복은 절대 성능을 고려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 장거리 육상 국가대표인 로런 플레시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들은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옷이 정말 기능적으로 훌륭하다면 왜 남성들은 입지 않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나이키 측은 해당 유니폼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나이키는 “여성과 남성 선수들에게 선보일 반바지, 보디 슈트 등 다양한 경기복 중 두 가지를 공개한 것”이라며 “선수들은 원하는 경기복을 골라 입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러나 NYT는 나이키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반바지나 탱크톱 대신 해당 경기복을 대표 이미지로 공개한 것은 여전히 문제적이라며 “여성들의 신체가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시되는 스포츠계의 오랜 성차별 문화를 다시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해당 유니폼이 성차별적 문화를 바꿔나가려는 최근의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여성 선수들은 성적 대상화를 부추기는 복장 규정에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2021년 노르웨이 여성 비치핸드볼 대표팀은 비키니를 착용하라는 규정에 항의하며 반바지를 입고 출전해 벌금 200만원을 냈다. 같은 해 독일 여자체조 대표팀은 수영복 형태의 ‘레오타드’ 대신 발목까지 다리를 덮는 전신 유니폼 ‘유니타드’를 입고 예선경기에 참여했다.
가디언은 “2022년 스포츠단체 연구에 따르면 14세 무렵 여성 청소년들은 같은 나이의 남성 청소년보다 운동을 그만두는 비율이 두 배나 높다”면서 이미 많은 여성 선수들이 신체 강박과 대상화에 시달리는 만큼 알맞은 운동복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