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추도사 중 눈물 보인 김동연…“10번째 봄, 달라지지 않는 대한민국 부끄러워”

김태희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김동연 경기지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10번째 봄이 왔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해서 한 추도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10여분간 추도사를 읽으면서 울먹이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지사는 “10년 전 오늘 저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자리에 있었다.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국무총리에게 전했다”라며 “다음 날 새벽 이번 참사는 총리 사표뿐만 아니라 내각 총사퇴를 준비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고 총리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별도로 계속해서 사의를 표했고 두 달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면서 “어른이라 미안했다. 공직자라서 더 죄스러웠다”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면서 “대부분의 아픔과 그리움은 세월 앞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아주 드물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큰 아들을 떠나보냈다.

김 지사는 “작년과 재작년 제가 기억 교실에서 편지를 남겼던 아이들이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사연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김 지사는 “2학년 8반 준영이는 수학여행 날 아침 곤히 자는 동생을 깨우지 않을 만큼 사려 깊었던 형”이라며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까 하다가 동생들에게 줄 초콜릿을 사기 위해 참았던 큰아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2학년 3반 도원이는 제주도로 향하던 그 밤 엄마에게 전화 걸어 ‘엄마 사랑해’를 말하던 예쁜 딸이었다”면서 “2학년 6반 영인이는 축구를 정말 좋아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조금 전 이름이 불렸던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 누가 얼굴이 남은 우리 모두에게 희미해지지 않고 또렷하게 남아있다”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웃으며 달려오는 것 같은 그리운 이들을 가슴에 품고 유가족들은 10번의 가슴 시린 봄을 버텨오셨다”라고 했다.

김 지사는 아이들의 사연을 읽던 중 눈물을 보이고 울먹였다. 기억식 참석자들도, 세월호 유족들도, 기억식에 함께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도 함께 눈물을 보이며 슬퍼했다.

김 지사는 “그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라며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던 친구들보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생존자 여러분의 두 어깨도 가만히 감싸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세월호 이후 반복되는 비슷한 참사를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12가지 주요 권고 중에 중앙정부는 현재까지 단 한 가지만 이행했다”면서 “세월호 추모사, 의료비 지원 등 정부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참사는 다시 반복됐다”면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이태원 참사).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내몰린 해병대원이 희생됐다(채상병 사건)”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진실을 덮기에만 급급하다”면서 “우리 현실은 10년 전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최후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감추는 자들이 침몰할 뿐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면서 “10번째 봄이 왔지만 우리는 잊지 않겠다.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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