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 대이리 수변,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오염 피해
10년간 눈개승마 가꿔 효과…올해 ‘1억원’ 판매 수익도
북한강 상류의 한 자치단체가 수변공원에 뿌리의 힘이 강한 산채를 심어 10년간 정성스럽게 가꾼 끝에 토사 유실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수질 보호’와 ‘경관 개선’을 목적으로 조성한 산채 재배단지에서 생산된 산나물이 최근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자치단체의 세외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산나물 채취’와 가공에 필요한 ‘일자리 창출’까지 1석4조의 효과가 나타나자 주민들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북한강변. 수변공원의 둑 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눈개승마’ 재배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눈개승마를 채취하느라 바쁜 손놀림을 이어갔다. 주변 나무 곳곳엔 ‘눈개승마 무단채취 금지’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문옥선씨(68)는 “청정지역인 이곳에서 생산되는 눈개승마는 부드럽고 맛도 좋아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작업 상황을 살피던 임병국 화천군 환경과 주무관은 “4월30일까지 매일 눈개승마를 채취해 5월 초까지 판매할 예정”이라며 “지난해에는 6000㎏을 채취해 판매했으나 올해는 채취량이 1만㎏ 이상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천읍 대이리 수변공원은 2011년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 일대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2년가량 잡풀만 듬성듬성 난 생태로 방치되면서 비만 내리면 토사와 흙탕물이 상수원인 북한강으로 흘러들어 수질오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화천군은 고심 끝에 2014년부터 30억원을 들여 이 일대 11만㎡에 눈개승마 90만여포기를 심었다. 축구장(7140㎡) 15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넓은 곳에 뿌리 발육이 좋고 번식력이 강한 눈개승마를 심자 2~3년 후부터 토사 유실량이 90% 이상 감소했다. 수변공원 정비를 위해 해마다 1억원 이상 소요되던 관리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2018년 여름 장기간 이어진 불볕더위 등의 영향으로 눈개승마 3분의 1 정도가 고사해 이듬해 추가로 어린 모종을 심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후 활착률이 높아지자 화천군은 3~4년 전부터 주민 17명을 고용해 눈개승마를 채취해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눈개승마는 토사 유실을 줄이는 대표적인 다년생 식물이다. 소고기와 인삼, 두릅 등 3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삼나물이란 별칭도 가진 봄나물이다. 살짝 데쳐 먹는 숙회 또는 초절임, 산적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는 데다 사포닌·베타카로틴·철분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대이리 수변공원 일대에서 생산된 눈개승마의 판매가격은 1㎏ 1만3000원, 2㎏ 2만1000원이다. 이를 통해 화천군은 지난해(6000만원)에 이어 올해 1억원 이상의 세외수입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과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지난해 공동으로 눈개승마의 수익성을 조사한 결과 0.1㏊(1000㎡)를 재배할 경우 247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이리 재배단지의 면적이 11만㎡인 점을 고려하면 화천군은 2~3년 후부터 눈개승마 판매량을 늘려 매년 2억원 이상의 세외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동주 화천군 환경과 주무관은 “북한강 수질 보호를 위해 조성한 눈개승마 재배단지가 많은 부가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봄철에 채취한 눈개승마를 건나물로 만들어 사계절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