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갈등 영향 분석…일각선 “돌이킬 수 없는 강 건너”
‘대통령 배신’ 공격엔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
“시간 가지고 성찰” 전당대회 불출마·정치 행보 뜻 밝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을 대통령실로 초청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거절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한 전 위원장은 건강상 이유를 댔지만, 총선 기간 이어져온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 초청에 응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금요일(19일) 오후, 월요일(22일) 오찬이 가능한지를 묻는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의 연락을 받았다”며 “비서실장께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으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의 거절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의 회동은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 초청을 거부한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건강상 이유라고 했지만 실상은 총선 기간 윤 대통령과의 골이 깊어진 탓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처리 문제로 충돌한 데 이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언론인 상대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처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 등을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한 전 위원장이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도 파장을 낳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공격한 데 대해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에게 초청 의사를 밝힌 시점도 두 사람 간 갈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홍 시장과 4시간 동안 만찬을 하며 내각·참모진 개편을 포함한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절친했던 검찰 후배이자 총선 최일선에서 분투한 한 전 위원장에겐 이보다 3일 뒤에야 비서실장을 통해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또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