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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론스타 등에 5500억 주지 않으려면

입력 2024.04.22 20:44

수정 2024.04.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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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억원이 넘었다. 대한민국은 2022년에 사모펀드 론스타에 패소했고, 작년에 엘리엇에 지더니, 지난 11일 메이슨 캐피탈에도 패소했다. 그래서 3개 펀드사에 주어야 할 배상금 원리금 총액이 5500억원이 넘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뉴욕과 런던에서 판정 무효 절차를 밟고 있으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시간에도 이자가 붙는 중이다.

펀드는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받게 되는가? 그 열쇠는 펀드사에 대한민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특권을 준 제도에 있다. 그 안에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라는 조항이 있다. 거의 한없이 넓은 의무를 국가에 지우는 구조다. 한국이 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상명령을 얻어 낸다.

나는 2006년 <한미 FTA 마지노선>이라는 책에서부터 이러한 특권에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펀드사가 한국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동안에는 한국법과 한국 법원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사가 한국 정부로부터 부당하고 불법적인 일을 당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한국 법원을 통해 구제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에게 한국 법원을 피할 국제중재 특권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승소한 엘리엇과 메이슨은 삼성 이재용 회장의 지배구조 승계 과정을 다투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자신들이 보유했던 삼성물산 주식이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에서 저평가되었는데도, 박근혜 정권이 부당하게 합병을 성사시켜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합병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인정된다면 당시 동일하게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한국인 투자자들도 배상을 받아야 공정하다.

문제는 국민이 펀드사에 주어야 하는 배상금이 5500억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상금은 이 시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복리로 증가하는 배상금 이자가 폭탄이다. 론스타에 배상해야 할 원리금 약 3400억원, 엘리엇을 위한 배상금 약 1360억원, 그리고 메이슨 몫 약 800억원 각각에 이자가 복리로 지금 붙는 중이다. 복리는 이자가 이자를 낳는다. 게다가 현재 환율은 몹시 불안하다. 1년 후면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할 배상금은 거의 6000억원에 이를 것이다.

한국이 배상판정 무효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배상금이 늘어나는 것은 막지 못한다. 천만다행으로 판정 무효란 새로운 판정이 나온다면 당연히 대한민국 패소 판정은 무효가 된다. 그러나 론스타 등은 다시 국제중재 특권을 이용하여 새로운 배상청구를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었다고 하자. 론스타는 다시 한국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단지 옛 판정만이 중대절차위반으로 무효가 될 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 패소의 발단이 된 행위에서 이익을 본 사람과 집단이 있었다. 론스타 사건에서는 하나은행 측이 이익을 보았다. 엘리엇과 메이슨 사건에서는 삼성 이재용 회장 측이 이익을 보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 법무부는 더 늦기 전에, 세 사건을 전면 조사해야 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보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근본적 해결은 펀드사의 특권 폐지이다. 한국법을 따르고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주류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펀드사의 특권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제도화했다. 나는 한국에 유익한 한·미 FTA를 추구하였지만 그들은 한·미 FTA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다. 그들과 다른 FTA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쇄국주의’라고 비난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과 야당 모두 5500억원의 국가배상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거듭 요구한다. 국제중재회부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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