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이들은 몇 번씩 “투쟁!”이라 외쳤다. 발언에 나선 사람들은 인사도 “투쟁!” 한마디로 대신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투쟁의 목소리가 모였다.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의날 전국 집중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중증장애인 4명은 삭발로 투쟁했다. 올해 서울시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다. 와상형 휠체어에서 삭발을 기다리던 이영애씨(58) 뒤로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 이씨는 57년 만에 자립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일도 하고 월급도 받으면서 자립하게 되었다”며 “떨리고 두렵고 신나기도 한다”고 했다.
투쟁이라는 말은 무겁고, 비장하고, 어쩌면 무섭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의 작고 여린 투쟁은 제 머리를 깎을 뿐, 그 시간이라도 우리를 봐달라고 외칠 뿐.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머리카락으로 투쟁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매 순간이 투쟁인 삶은 어떨까. 먹고 자고 배우고 일하는 것을 요구해야 할 때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투쟁해야 할까. 어차피 다시 자라날 머리카락을 왜 깎느냐고 심드렁하게 물어보는 것은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