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질 뻔했던 것이 사라졌단 사실을 알았다”

박송이 기자
[금요일의 문장]“그는 가질 뻔했던 것이 사라졌단 사실을 알았다”
그는 자기가 가질 뻔했던 것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경험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고 혹여 온다 해도 자기가 물리치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힘든 일이 닥치면 그는 우주의 먼지로 작아지면서 곤경을 벗어날 수 있었다.”

<힘내는 맛>(문학동네) 중에서


서른여섯 살 영업사원 한철에겐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고,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하는 사고뭉치 동생이 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자신을 꾹꾹 눌러가며 살아온 한철은 어느 날 6주 과정의 무료 연극 강좌에 참여하게 된다. “연기를 통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직접 무대에 서는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철은 이내 연극에 빠져든다.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른 채 줄곧 원하던 것을 방금 손에 넣은 것 같았다.” 한철은 연극에 투신할 것을 결심하고 강좌 마지막 공연 날 이를 연출자에게 말하기로 한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한철은 뜻밖의 관객을 만난다.

처음 가족을 벗어나 그려보았던 한철의 꿈은 우연히 ‘무료’ 공연을 보러 온 가족의 등장으로 무너진다. 한철은 가족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한철이 “가질 뻔했던 것”은 무엇일까. 자아, 고유함, 생기…. 무엇이든 가족이라는 존재는 종종 그것을 침범하고 때로는 단박에 초기화한다.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가족’, 진은영)는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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