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사자 유해 발굴차 65년 만에 연결한 도로,
북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다시 지뢰밭으로
경의선·동해선에 이어 남북 연결 도로 모두 폐쇄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인근 전술도로 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 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는 모습. 국방부
북한이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 비무장지대(DMZ) 전술도로에도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을 잇는 육로 세 곳이 모두 폐쇄된 것이다. 남북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 9·19 남북군사합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전술도로에서 지뢰 매설 작업을 진행했다.
전술도로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65년 만에 군사적 목적으로 연결한 육로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6·25 전사자 유해를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공동 발굴 시범 지역으로 전쟁 당시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던 화살머리고지가 선정됐다. 남북은 이 지역에 묻혀있던 지뢰를 제거하고 전술도로를 개설했다. 도로 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악수하는 사진이 찍힌 장소도 전술도로다.
그러나 북한이 이곳을 다시 지뢰밭으로 만들면서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포함한 남북 간 육로 세 곳이 모두 폐쇄됐다. 앞서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심고 도로 위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군 당국에 포착됐다. 경의선 육로는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동해선 육로는 금강산 관광객들과 이산가족들이 이용한 곳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두 교전국 관계”로 재정립한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DMZ 내 감시초소(GP) 복원 작업에 착수했고 공동경비구역(JSA) 북한 경비원들을 권총으로 무장시키는 등 군사적 상황을 9·19 합의 이전으로 회귀시켰다. 남북 경제협력 관련 법안을 폐기하고 남북 교류 단체들을 연달아 폐지했다.
군 당국은 북한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지난해 말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 선언했고 군사적 복원 조치를 했다. 이에 우리 군은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뢰를 매설할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의에 “그런 비례적 대응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