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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과 ‘더티 워크’

민희진 어도어 대표 기자회견으로 전국이 문화충격에 빠져 있을 때, 내게 그 못지않은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민 대표를 지칭해 “저런 사람이 돈 버는 것은 괜찮고 의사가 돈 버는 것엔 알러지(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느냐”는 맥락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그 며칠 전에는 서울대병원의 담당 교수 전원이 사직해서 국내에 하나뿐인 소아 투석실이 문을 닫게 됐다는 충격적 소식이 들렸다. 이 중 한 명의 인터뷰를 봤는데 아무리 마음을 열고 읽어보려 해도 의료현장을 떠나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이 일방적이었고 이후 조정 노력도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다른 개선 조치는 일체 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의사들이 타협안 제시도 없이 의료현장을 이렇게까지 붕괴시키는 이유가 뭘까?

“의사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존중’과 ‘존경’인데 돈만 아는 집단으로 매도되어 화가 난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한 적도 있다. 그러나 갈수록 ‘돈이 안 중요한 게 맞나’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던 차에 노 전 회장의 글은 ‘사실 돈이 문제다’라는 고백처럼 읽혔다.

그는 의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공부하느라 바치고, 황금기만 바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의사들은 평생 공부하기를 즐기고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보람있게 여기는 줄 알았더니, 하기 싫은 공부를 해온 게 괴롭고 억울한 사람들이었단 말인가. 이 글에는 ‘존경’이라는 단어도 여러 번 나오는데, 이 맥락에서라면 ‘고교 시절 공부를 제일 잘했으므로 존경받아야 한다’는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게다가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대로면 10년 뒤에는 매년 2000명이 피부과의원을 개설할 것”이라고 했다. 왜 의사들은 돈 버는 현장으로만 극단적으로 쏠리는가? 당연한 일 아니냐고도 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적성에 맞는 일, 재미와 의미가 있는 일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 학술적으로 ‘내재적 지향’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 반대는 소득과 사회적 지위 등을 우선 고려하는 ‘도구적 지향’이다. 어느 사회 및 세대에나 둘 다 존재하지만, 일정한 패턴은 있다. 선진국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고 고숙련 직업을 가진 사람일수록 내재적 지향이 강하다. 의사들은 대체로 내재적 지향을 가졌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에 더해 생명을 다루는 중압감과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 어디서든 응급환자가 생기면 지체없이 “내가 의사요!” 하고 나설 사람들, 즉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오래 존재해왔다. 거기서 ‘존중’과 ‘존경’이 나왔던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이얼 프레스는 사회에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비윤리성을 감내해야 하는 일, 그래서 갈수록 사회에서 배제되고 평가절하되는 일을 ‘더티 워크’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의사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지만 언제까지 그럴지는 알 수 없다. 생명을 ‘도구’로만 인식하는 사람들, 돈을 최고로 많이 벌어야만 존경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의사라면, 언젠가 의사가 ‘더티 워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 해도 돈은 계속 많이 벌 수 있다면 상관없을까?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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