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부에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 쪽에 “의대생 2000명 증원과 관련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법원이 정부에 특정 정책의 결정 근거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이해가 된다. 의사와 의대생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왜 의대 증원 규모가 2000명이어야 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지 않았다.
국민 절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 그러나 2000명 증원 규모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2000명 증원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다. 당장 윤 대통령과 참모 말이 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1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것”이라며 “어떤 연구 방법론에 따르더라도 2035년에는 최소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했다. 그런데 당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방송에 나와 “2000명이 절대적 수치라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의료계와의 타협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대통령과 정책실장 말의 뉘앙스가 다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교육부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교육부는 2일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수정사항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은 올해 3058명에서 내년도 최소 4507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초 내년도 의대 증원분 2000명을 대학별로 배정해 놓고, 국립대 총장들이 자체 수정한 1500명 안팎으로 축소한 것이다. 의료계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의료·교육의 백년대계인 의대 정원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사 수는 국민과 의료계가 알아야 할 기본 사항이다.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으면 정부는 그 근거를 국민에게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는 2000명 증원 결정과 관련해 별 이상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간 의사들이 내놓은 적정 증원 숫자·로드맵 연구보고서도 제각각이다. 4개월 뒤면 2025년도 대입 수시 전형이 시작된다. 정부는 법원이 요구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해 의대 증원 정책이 절차적 하자 등으로 인해 제동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