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서버의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에 등록된 모바일 증거 이미지가 윤석열 정부 들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디넷에 연간 등록된 모바일 증거 이미지는 2016년 9355건을 찍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2984건까지 줄었다가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3799건, 2023년 5427건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달 24일 기준 디넷에 보관 중인 모바일 증거 이미지 누적 건수는 총 1만3793건이고, 120건은 10년 넘게 보관 중이다.
문제는 여기에 영장 범위를 벗어나는 정보, 당장의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디넷에 올려 논란된 것이 비근한 예다. 검찰이 이런 정보를 활용해 별건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대법원은 청탁금지법 위반·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원주지청 직원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유죄 취지 판결을 파기했다. 검찰이 다른 사건 수사 중 취득한 전자정보로 별건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는 휴대전화 등 저장매체에서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대검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을 근거로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디넷에 올린다. 이 예규 37조1항은 ‘법정에서 디지털 증거 재현이나 검증을 위해 이미지 파일 보관을 요청할 수 있다’고, 54조2항은 ‘관련성 있는 사건에서 증거 사용이 예상되면 디지털 증거를 폐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자체 예규로 대법원 판례를 깔아뭉개는 셈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2021년 3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 예규를 두고 “영장주의 위반”이라고 했다.
검찰의 자의적 예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청법상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은 예규인 ‘검사의 수사개시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들을 8개월째 수사 중이다. 그렇다고 예규를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차제에 상위법이나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대검 예규를 폐기하고, 검찰이 멋대로 예규를 만들어 쓸 수 없도록 사전·사후 통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