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주축 민정수석실 부활, 권력기관 통제 의도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신설키로 한 민정수석실에 검찰 출신을 중용할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이 수석비서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심 청취’ 강화를 명분으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다더니, 윤곽이 구체화하면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틀어쥐겠다는 본뜻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수사·특검 등 정권 차원의 사법리스크와 레임덕 방지에 온 신경을 쓰는 대통령의 속내가 엿보인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과 계속 엇나가고 있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갈수록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내정하고 조만간 대통령실 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검찰내 기획통인 김 전 차관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절 2차장검사, 검찰총장 시절 공공수사부장으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검·경 등 사정기관 총괄, 공직 비리 감시 등을 맡으면서 대통령 비서실 내에서도 실세 부서로 통했다. 그 폐해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4·10 총선 참패후인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되살릴 뜻을 밝혔다. 민심을 파악하고 국정에 반영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던 만큼 민정수석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밝힌 취지대로 라면 ‘검찰 주축 민정수석실’은 엉뚱하다. 범죄수사와 사정에 특장점을 지닌 검사들이 ‘민심 청취’에 어울리는 인력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정기관의 생리를 잘 아는 대통령이 이들 기관을 통제해 권력누수를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채상병 특검 등 대통령실을 향해 다가오는 사법리스크에 대비하고, 이탈 조짐을 보이는 공직사회의 고삐를 다시 조이겠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권력기관을 틀어쥐고 전횡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소환하며 저의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책 추진을 위해 민심을 더 잘 알 필요가 있다면 민정수석실 신설을 재검토하고 시민사회수석실을 강화하거나, 정치권·언론·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이 직접 각계각층을 만나 듣는 귀를 더 여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도 민정수석실이 꼭 필요하다면 초록동색의 검사 출신 대신 민심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게 정도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한 ‘친윤’ 논란에 “의심 살 일은 아예 말라”고 했다는데 삼갈 일은 그것 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통제해야 할 대상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같은 정권의 부패와 일탈 유혹이지, 권력기관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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