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미흡 땐 ‘역풍’ 가능성
‘도이치 수사’ 여론 커질 수도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검찰 수사를 명분으로 김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법 처리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면 김 여사 특검 여론에 오히려 불을 붙일 수도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최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관련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지난 3일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KBS 신년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며 비판을 인정하지 않았다. 총선 과정에서도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해명 요구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수사 착수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다만 이번 수사팀 구성이 윤 대통령의 지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총장이 지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총선에서 참패하고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법 통과가 예상되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 이상은 뭉개고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소환 등 검찰 수사를 특검법을 막을 명분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을 도입할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아닌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택해 속도를 내자 김 여사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1회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어 김 여사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다만 검찰의 명품가방 수수 관련 수사로 김 여사 리스크를 온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수사 과정 및 결과가 민심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된다고 규정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이를 신고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검찰 수사로 이런 부분들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여론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명품가방 사건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도 대통령실 입장에선 부담이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서면 브리핑을 내고 “빈 수레만 요란한 검찰 수사는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요구만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