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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통계 ‘착시’

입력 2024.05.06 18:34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 성장률(속보치)을 놓고 뒷말이 많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배 가까운 1.3%가 나온 것이다. 올 3개월 만에 지난해 1년 치 성장(1.4%)을 달성한 셈이다. 숫자는 반갑지만 당혹스럽다. 경제 주체들의 체감과 간극이 너무 크다. 평소 50~60점을 받는 학생이 공부도 열심히 안 하면서 9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온 격이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 1분기 수출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늘었고, 달러당 1300원이 넘는 고환율 덕에 수출 대기업들 실적도 호전됐다. 그러나 내수가 반등했다는 분석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8% 증가해 2년여 만에 가장 높다.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가 침체일로인 상황을 감안하면 체감하기 어려운 통계다.

무엇보다 내수의 척도로서 한은의 민간소비 지표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민간소비 중 국외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국내 소비지출은 2022년 3분기 22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221조1000억원으로 줄었지만, 국외 소비지출은 2022년 1분기 2조728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7조2967억원으로 늘었다. 가계소비 중 국외소비 비중은 2022년 1분기 1.26%에서 지난해 4분기 3.19%로 커졌다. 민간소비가 늘어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1.2% 증가로 발표한 1분기 제조업 생산이 통계청 조사에서는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통계청 조사로는 소비와 투자도 악화했다. 소매판매액 지수가 1분기 0.2% 줄었고, 설비투자도 1.2% 감소했다. 한은과 통계청 두 기관의 조사 대상과 방법, 시기가 다르다고 해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 그런데 정부는 한은 통계만을 인용하며 재정 투입 없이 민간의 힘으로 경제가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한은 통계가 정확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양극화로 인해 경제 성장의 성과가 서민·중산층에게 분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한은 통계의 검증과 정부의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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