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푸르름에 담긴 슬픈 이야기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푸르름에 담긴 슬픈 이야기

[안재원의 말의 힘]푸르름에 담긴 슬픈 이야기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이다. 자연이 고마운 나날이다. 이렇게 고마움을 제공하는 신록의 뒷면에는 이런 슬픈 이야기도 숨어 있다고 한다. 로마의 이야기꾼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아폴로는 다프네를 마주치게 된다. 황금 화살을 맞은 아폴로는 사랑의 화염으로 불타오른다. 납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아폴로의 사랑을 피해 달아난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쪽에서는 좋은데, 저쪽에서 싫어하는 상황을 말이다. 이런 상황에 처할수록, 덤벼드는 마음은 더욱 불타오르고 도망치는 사람의 마음은 더욱 얼어붙는다. 아폴로는 손가락, 어깨, 하얀 팔에 감탄하고,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를 상상하면서 다프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다프네는 바람보다 더 빠르게 도망쳤다. 다프네를 쫓는 아폴로의 말이다.

“모든 약초들의 효력이 나로 말미암은 것이다. 하지만, 아아, 사랑을 치료해 줄 약초는 어디에도 없구나.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나의 의술도 그 주인인 나에게는 쓸모가 없구나.”(<변신이야기> 제1권, 523~524행)

아폴로의 구애는 과연 성공했을까? 실패했다. 아폴로가 다프네를 잡으려는 순간, 다프네의 발은 뿌리, 몸은 줄기, 손은 가지, 머리카락은 잎으로 변해버렸기에. 이렇게 변한 나무가 월계수이다. 구애에는 실패했지만, 아폴로는 월계수로 변신한 다프네에게 사랑의 표시로 푸르름을 선물한다. 월계수가 항상 푸르게 된 것도 이런 슬픈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아폴로와 다프네의 사랑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었다. 아폴로는 태양의 신이고, 다프네는 새벽의 여신이었다. 태양이 새벽을 잡으려는 순간, 아침이 밝아버리기에.

사실,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는 우주의 운동 원리를 설명하는 고사(古事)이다. 밤에 잠들지 못하도록 아폴로로 하여금 다프네를 열심히 추격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눈으로 즐기는 푸르름이 다프네에 대한 아폴로의 사랑 표시이고, 우리가 마음으로 누리는 푸르름이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승화(昇華)이기에, 푸르름이 더욱 새롭고 더욱 고맙게 다가오는 나날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