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평가’ 된 대장동 재판···검찰 “위 어르신들”, 남욱 “위례신도시”

유선희 기자

“결정한 대로 다 해주겠다” 앞부분 단어로 공방

검 “이재명 지칭” 주장에 발언 당사자 남욱 ‘반박’

민간업자 남욱씨. 연합뉴스

민간업자 남욱씨.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키는 “위 어르신들”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민간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정황을 입증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 말을 한 당사자이자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는 “위례신도시”를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건 재판이 때아닌 ‘듣기평가’의 장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지난 7일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낸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이 파일은 2013년 8월30일 대장동 민간업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녹음한 것으로, 위례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남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말을 정 회계사에게 전하는 대화가 담겼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녹취를 보면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문제만 없으면 상관없다. 내부적으로 너가 알아서 할 문제고. (…)들이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 직원들한테도 너가 준 일정대로 그렇게 진행하게끔 그런 구조로 진행할 거라고 서류 다 준비해놔서 얘기해 놨으니까 너는 절대 차질없이 해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런데 녹취 내용 중 ‘(…)들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놓고 상반된 주장이 나왔다. 검찰은 이 부분에서 남 변호사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지칭하는 “위 어르신들”이라는 단어를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위례신도시 사업자 내정을 승인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단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말을 한 당사자이자 증인으로 법정에 선 남 변호사는 직접 녹음파일을 들은 뒤 “(해당 부분은) ‘위례신도시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이다”라며 “이 전체가 위례신도시라는 말이다”라고 증언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위 어르신들”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녹음파일 검증을 요구했는데 이 같은 남 변호사의 증언은 이 대표 측 주장에 부합하는 셈이다. 검찰은 남 변호사 증언에 대해 별다른 추가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공문서들이 짜깁기 됐다”며 증거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이 대표 측은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오는 14일과 21일 재판에서 남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정 전 실장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만 증인신문이 이뤄져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Today`s HOT
태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대기 오염을 초래하다. 놀란 마을 주민들, 멜버른에서 일어난 주택 붕괴.. 일본 경제의 활성화, 관광객들의 신사 유적지 방문 새해 맞이 번영 기원, 불가리아 수바 의식
전쟁으로 얼룩진 이스라엘 군인의 장례식.. 브뤼셀에서 열린 근로 조건 개선 시위
독일 연방의회 선거 앞둔 후보자들의 활동 차별 종식, 인도에서 열린 트랜스젠더들의 집회
에티오피아의 지진.. 주민들의 대피 주님의 축일 맞이 아기 세례 강물에 입수하는 풍습, 네팔 마다브 나라얀 축제 산불로 피해 입은 캘리포니아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