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보도했던 한겨레신문 기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권 남용이다. 해당 사안은 이미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인사 검증 보도를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한 전 위원장이 경찰수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검찰의 대응을 이해하기 어렵다. 정권 실세이자 전직 검사의 ‘수사 사주’에 검찰이 하수인 노릇을 자처한 꼴이다.
한겨레신문은 2022년 5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이 대학 진학에 활용할 ‘스펙’을 쌓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노트북 50여대를 후원받아 기부하는 과정에서 ‘엄마 찬스’를 활용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했다. 한 전 위원장은 “딸 이름으로 기부했다는 한겨레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상적인 봉사활동을 무리한 프레임 씌우기로 폄훼한 것”이라며 기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었다. 보도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인사청문회 이전에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작성된 만큼, 한 전 위원장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겨레신문은 한 전 위원장 딸의 미국 언론 인터뷰와 보육원 관계자·기업 임원과의 통화 등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기부자 명의가 잘못된 부분은 바로 정정하기도 했다. 검찰의 재수사 대상은 오히려 한 전 위원장이다. 경찰이 수사했지만 한 전 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과 에세이 표절 등의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추가된 상황이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책무이고 공적 사명이다. 한 전 위원장이라고 검증 대상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 전문성 등을 검증하는 언론 보도는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고서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검찰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검증 보도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이다. 언론의 합리적 의혹 제기를 처벌하고 기자들을 ‘입틀막’하면 국민의 알권리는 형해화하고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검찰은 균형과 객관성을 잃은 고위 공직자 명예훼손 수사가 언론 자유를 심각히 위협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