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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K팝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

“내가 K팝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 나를 좋아해주는 기분이 들거든.” 영화 <조이 라이드>에 열혈 K팝 팬 캐릭터로 등장하는 ‘데드아이’의 대사다. K팝은 애정을 주고받으며 국경을 초월한 인기와 영향력을 쌓아 왔다. 이 상호작용은 K팝을 하나의 음악 장르를 넘어 문화로 명명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애정에 실망과 답답함이 스며들었다. 좋은 음악과 문화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져야 할 자리에 주가조작, 인수·합병 같은 자본의 언어가 침입한 후부터다. 이번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은 그동안 막연하게 감지해 온 K팝 위기론의 실체를 보여줬다. 내부 감사로 조용히 처리해야 할 사안을 일방적으로 터트리고 자극적으로 받아치는 모습에서, 무의미한 여론전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는 비겁함에서 자본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위상에 맞는 자질은 갖추지 못한 K팝 산업의 지체와 해로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방만 경영이다. 하이브 박지원 대표이사는 얼마 전 열린 1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 상황을 멀티레이블 체계의 “시행착오”라 표현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수천억원이 걸린 주주 간 계약을 맺으면서 본인만 믿고 사인하라고 해 갈등의 불씨를 키운 잘못도 그 시행착오에 포함된 건지 궁금하다. 증권가는 멀티레이블 체계 고도화 과정에서 벌어진 단기적 성장통이라며 하이브에 유리한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성장통이 아니다. 시가총액 상위 48위인 대기업의 과실을 그렇게 정의해선 안 된다. 이 사안으로 시총 1조여원이 증발하며 국민연금도 손실을 봤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조여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저스틴 비버 등 핵심 IP가 떠나며 적자를 보고 있는 하이브아메리카(전 이타카홀딩스)의 재정 문제, 손해만 보고 끝난 SM 인수전까지 하나로 묶어 살펴야 한다. 조 단위의 헛발질이 계속되는 동안 유동부채는 늘어나고 현금 흐름은 악화됐다. 방시혁 의장의 경직된 리더십도 문제다. 경영에 뜻이 없다며 뮤지션의 정체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상은 ‘의장’이라는 마법의 감투를 쓰고 회사를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민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계를 감당할 수 있는 걸까.

자극적인 여론전에 방탄소년단을 끌어들인 것에 대한 팬들의 항의도 눈여겨봐야 한다.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함께한 팬 연합이 “하이브가 아닌 방탄소년단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주요 일간지에 싣고, 사옥 앞에 근조화환을 세웠다. 가장 관계가 깊은 팬덤마저 등을 돌린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에게 전화로, DM으로 하이브 경영권 분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하이브 소속 한 아티스트의 팬은 “내가 수십장의 음반을 구입해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이 경영진의 이권 다툼에 쓰이는 상황이 허무하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 아이돌 지망생은 “아티스트를 희생양 삼는 모습을 보며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가 물렁물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음반 밀어내기와 환경 파괴 등 업계의 부조리를 폭로한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 화제가 되며, K팝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대중의 의견도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그래서 K팝에 망조가 든 걸까. 나는 칭찬만 들으며 덩치를 불린 K팝 산업이 이제야 건강하게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하이브 경영권 분쟁의 의미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부자들의 난타전에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이 더 치열하게 이야기되어야 한다.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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