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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끝나면

얼마 전에 내가 지인과 함께 오래 운영하던 가게를 접었다. 구구한 변명은 의미없지만 밥장사, 술장사의 종말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이익에 대한 희망은 없고, 온갖 악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나온다. 내가 개인 모바일망에 영업 중단 소식을 알리자 많은 이들이 놀랐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부끄럽지만, 밥동네에 이름이 알려진 너마저! 이런 분위기였다.

음식 팔던 가게를 철수할 때는 정리해야 할 게 산더미다. 관공서에 폐업신고해야 하고, 직원들 임금도 정산해야 한다. 당연히 퇴직금과 실업급여에 대한 청구권을 도모해야 한다. 이런 행정적인 절차가, 많이 간소화된 요즘 세상에도 꽤 머리를 싸매야 한다. 동시에 ‘물리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다. 멀쩡한 기물들을 내놓고 구매자를 기다린다. 놀랍게도 예전에는 아주 인기 있는 몇몇 물건(진공포장기나 햄슬라이서 같은)도 사려는 이가 없다. 마지막에 전문업자를 부르는 방법이 있는데, 그들은 거의 ‘무게로 달아서’ 사듯이 싸게 매긴다. 워낙 폐업 물품이 많이 나오니 구매 매력을 못 느끼는 거다. 냉장고며 세척기 같은 전기장비는 그래도 어떻게든 싸게라도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동력이 달리지 않은 수많은 물건들이다. 원목으로 만들어 살 때는 아주 비쌌던 멀쩡한 탁자, 의자는 팔 수 있기는커녕 오히려 가져가는 이에게 수거비를 주어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무서운 마지막이 남아 있다. 가게를 원상복구해야 하므로 철거를 해야 하는데, 인테리어를 좀 복잡하게 한 집은 몇 천만원이 나온다. 물론 임차한 가게 주인이 전액 낸다.

전기제품이라고 헐값이나마 다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쇼케이스 냉장고라 불리는 음료와 술 냉장고는 모두 대여받은 것이다. 술 공급자가 대여해준다. 대신 우리 물건을 써달라, 이런 약속을 한다. 그러니 폐업하면 돌려준다. 그렇게 되돌아간 쇼케이스 냉장고는 다시 다른 신장개업 가게로 간다.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종종 이 쇼케이스 냉장고를 한참 본다. 저 녀석은 과연 이 가게에서 새로 들어와 생명을 마칠 때까지 온전할까. 보통 제품 수명을 10년 잡는다면 식당도 10년은 가야 운명을 같이할 수 있다. 쇼케이스 냉장고 옆면에는 더러 그 물건의 이력이 붙어 있을 때가 있다. 순댓국집인데 치킨집이나 고깃집 물건 대는 도매상 스티커가 남아 있거나 할 때다. 아아, 저 녀석은 치킨집 돌아 고깃집 지나 순댓국집까지 굴러 왔구나. 장하다. 끝까지 살아남으렴.

우리나라 식당은 통계상 개업 1년 안에 70%가 사라진다고 한다. 요새 체감은 더 하다. 살아남은 3할이라도 사실상 적자상태로 사장님이 몸을 갈아넣으며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루 16시간을 일한다는 식당 사장 이야기가 들린다. 아침에 문 열어 점심 장사하고 저녁 술장사까지 제 손으로 다 하려면 잠을 못 잔다. 부디 버티시라는 말 말고 드릴 말이 있을까. 물론 그것은 내게도 주는 허망한 위로다.

언제는 영세한 식당이 빛나던 때가 있었냐만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난 듯싶다. 밥집 열어 오늘도 불 켜놓고 손님 기다리는 사장님들, 힘내세요.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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