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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이 알려준 ‘연대의 힘’

입력 2024.05.09 20:25

수정 2024.05.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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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11일, 동이 터올 무렵에 밀양의 산등성이 곳곳에서 아픈 비명과 허탈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한 반대 투쟁이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수백명의 경찰에 의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2005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온 저항이었지만 농성 대오와 천막이 해체되는 데에는 몇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러니까 농성장을 지켜왔던 주민들과 이른바 ‘연대자’들로 불렸던 외부 세력들은 천막에서 끌려 나와 도리 없이 흩어졌다. 그리고 또 10년이 흘렀다.

이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밀양을 찾았고 밀양의 친구들을 자처했다. 투쟁에 직접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더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지를 보냈다. 그들은 지금 밀양이 어떤 상태인지 궁금할 것이다.

농성장이 철거된 후 송전탑은 금세 완공되었고 신고리 원전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그 위로 흐르고 있다. 투쟁에 나섰던 주민들은 몸과 마음을 다쳤고 마을에서 고립되었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매년 밀양 투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열렸고 주민들을 돕는 농활과 장터 같은 후속 연대 사업이 벌어졌으며 여전히 143가구는 보상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것은 공짜로 쓸 수 있는 편한 에너지는 없다는 사실, 누군가의 피해와 희생을 도시의 소비자들은 망각하곤 한다는 사실, 송전선로의 끄트머리에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는 사실, 물리적 세계와 사람의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따로 떼어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 대한 깨우침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이어짐을 인식하고 이어진 존재들이 만난다면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해결 방법은 전혀 다른 지반에서 토론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민주주의와 기후 정치의 실체는 바로 그런 사람과 관계의 연결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밀양 투쟁 이후 에너지 정책은 다시 협소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관료와 기술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밀양의 교훈은 그들에게 보상 범위의 확대와 공법의 개선 필요성으로만 남았다. 홍천 등지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는 송전탑 갈등, 삼척 맹방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처리 시도 같은 사례들은 에너지 문제를 더 크고 넓게 보고 토론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역량이 우리에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너지의 생산이 있으면 폐기물 처리의 부담과 책임이 있고, 화석에너지에 미련을 두면 그 후과는 더욱 커진다.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연결은 자신의 임기 중에만 골치 아픈 일이 없으면 되고 더욱 많은 개발이 표가 된다고 여기는 현실 정치인들에게 외면당한다.

다가오는 6월8일, 행정대집행 1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밀양의 친구들이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밀양으로 향한다. 행사가 예정된 송전탑 현장과 영남루 앞은 우리가 상기해야 할 수많은 이어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연결의 자리가 될 것이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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