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인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나경원 당선인의 추후 정치 행보와 무관합니다.”
차기 당대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측이 10일 언론에 공지한 글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나 당선인도 등판할 것이란 언론 보도에 반박하는 차원이다.
‘한동훈 등판설’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태풍의 눈이 됐다. 한 전 위원장 본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는데 주변에서 출마 여부와 그에 따른 여파까지 셈을 하고 있다. 나 당선인의 반박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나 당선인이 당대표 선거를 포기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한동훈 출마설이 힘을 얻은 건 당초 ‘6말7초’로 예상됐던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기가 늦춰지면서다. 황우여 신임 비대위원장이 한 달 가량 전대가 미뤄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계기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 나서기 어려운 건 총선 패배 책임론 탓인데, 전당대회 시점이 총선과 멀어지면 패배자·책임자 이미지가 희석된다는 분석이 당내에선 나왔다.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이 명시될 ‘총선 백서’ 역시 출간 시기가 6월 말로 예정돼 있어 ‘7말8초’ 전당대회까지는 영향을 주기 어렵단 진단이다.
전당대회 룰(규칙) 개정 가능성도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한 여건이란 분석이 많다. 현행 ‘당원 투표 100%’ 적용 방식인 전대 룰이 적용된 건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으로, 당시 당대표 선거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로 거론되며 친윤석열(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기현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반면 인지도 높은 한 전 위원장은 민심(일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 본인의 최근 행보도 대표 출마 전망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되고 있다. 4·10 총선 이후인 지난달 16일엔 ‘한동훈 비대위’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함께 했고, 지난 3일엔 당직자들과 만찬 하며 “정기적으로 보고 교류하자”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 제안은 건강상 이유를 들며 거절했고, 이후 따로 만날 계획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권력으로서 패배한 현 권력과 선 긋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이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차기 지도자 1위로 거론되는 만큼 전당대회를 빨리 치르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전대 룰 개정도 한 전 위원장보다는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비윤석열(비윤)계 당권 주자에게 유리할 거란 분석이 있다.
친윤계는 전대 시기가 미뤄지는 걸 원치 않는 분위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황우여 위원장을 모실 때 이번 비대위는 빨리 당원 뜻에 따르는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관리하는 비대위 성격이었다”며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전대 룰 개정과 관련해서도 그는 “바꿀 필요가 있다면 바꿔야겠지만 바꾸는 주체는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당 총의로 선출된 지도부가 당원 뜻을 물어 바꾸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며 이번 선거를 앞두고 변경하는 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의원은 총선 전 비례대표 후보 인선과 관련해 한 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황 위원장을 향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압박했다.
총선 전후로 한 전 위원장을 거듭 비판해 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출되지 않고 임명직에 불과한 전당대회 관리 위원장인 비대위원장이 (전대룰이 규정된) 당헌·당규에 손대는 건 월권”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누구 특정인을 뭐 한다, 이런 건 아니다”라며 한 전 위원장 출마 여부와 전대 시기 조정은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