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앳부동산
지난 1월7일 서울 북악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북한산 아래 평창동 일대. 평창동은 건폐율 30%·층고 3층 12m의 건축 규제가 적용되는 서울시 자연경관지구에 속해 있다. 강윤중 기자

지난 1월7일 서울 북악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북한산 아래 평창동 일대. 평창동은 건폐율 30%·층고 3층 12m의 건축 규제가 적용되는 서울시 자연경관지구에 속해 있다. 강윤중 기자

“인천시에서는 월미도관광풍치지구가 날로 옛 모습을 잃고 황폐하고 있어서 (중략) 월미도공원의 입장요금을 일인당 이십원을 받기로 결정(해) 시행키로 (했다).”(경향신문 1950년 4월20일자)

“서울 시내 홍지동 122의6 앞 하천에 공중변소를 짓는데 인근 주민들은 풍치지구이므로 공중변소를 질 수 없는 곳이라고 진정하고 있다.”(경향신문 1963년 8월10일자)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풍치지구’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쓰였다. 조선시가지계획령 제21조는 “조선총독은 시가지계획구역 내에 풍치지구를 지정해 토지형질의 변경, 공작물의 신축 등을 금지·제한”한다고 정하고 있다.

1941년 첫 지정된 풍치지구는 2000년 자연경관지구로 이름이 바뀌었다. 자연경관지구는 토지와 건축 규제가 적용되는 용도지구 중 하나로 ‘산지·구릉지 등 자연경관을 보호하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구’다.

서울시가 최근 고도지구를 완화한 데 이어 자연경관지구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쯤 구체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치구도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중이다. 자연경관지구 지정 기준이 모호하고, 수 십년째 이어지는 건축 규제로 주민 재산권이 침해되면서 주거지 노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도 취지는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규제를 재정비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자연경관지구 규모는 1240만㎡(19개)다. 국립공원(북한산) 주변 4개, 남산·용마산 등 도시자연공원 주변 5개, 한강변 2개, 어린이대공원 등 대규모시설 주변 8개이다.

도시계획조례로 건축물 건폐율이 30%, 층고는 3층 12m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곳이나 재개발·재건축·소규모재건축 지역 등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후 일부 규제를 낮출 수 있다.

서울시 자연경관지구 현황. 서울시 제공

서울시 자연경관지구 현황. 서울시 제공

앞서 서울시의 자연경관지구(옛 풍치지구) 완화는 크게 세 번 있었다.

첫 실행은 1977년 12월이었다. 3505만㎡(34개)가 2216만㎡(25개)로 줄었다. 재개발사업지구 등 규제 중복 지역과 주택밀집지역으로 변해 규제 효과가 없는 곳을 대상으로 했다.

이후 약 20년이 지난 1996년 5월 자연경관지구 1660만㎡(24개)를 전면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도시 여건이 크게 변했고, 해제 민원이 수 백건씩 제기되는 실정을 감안”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7월 확정한 자연경관지구 규제 해제 및 완화 대상은 전체의 1.5%에 그쳤다.

서울시는 2010년대 들어 다시 자연경관지구 일부 해제를 추진했다. 오세훈 시장 재선 이듬해인 2011년 3월 자연경관지구 1240만㎡(19개)와 (최고)고도지구 89.6㎡(10개)의 합리적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도지구는 산, 시설물, 기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 높이 최고한도를 규제하는 지구다.

서울시의 세 번째 시도는 오 시장이 그해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 후 사퇴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가 오 시장이 2021년 4월 돌아온 후 고도지구 개편부터 추진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1일 고도지구 등의 개편을 위한 용지구 결정(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에 경복궁 고도지구 내 서촌 일부의 높이 제한이 20m에서 24m로, 남산 일부 지역은 20m에서 40m로 완화됐다.

서울시는 고도지구에 이어 자연경관지구도 조정하려 한다. 지난 4월 자연경관지구 등의 재정비 용역을 발주했고 이달 안에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르면 내년에 확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 등은 자연경관지구 완화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해 6월 자연경관지구·고도지구 규제 완환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지난달 주민토론회도 열었다.

종로구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 중 자연경관지구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성북구(25.5%)와 종로구(24.6%)다. 북한산에 접한 자연경관지구(수유·성북·평창지구)에서는 종로구 면적이 205만9000㎡로 가장 넓고 성북구(179만2000㎡), 강북구(84만7861㎡) 순이다. 반면 은평구는 북한산이 걸쳐 있지만 1949년 서울시에 편입된 후 한 번도 자연경관지구가 지정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지난달 15일 평창동주민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연경관지구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강남보다는 강북, 강북 중에서도 특정 자치구에만 몰려 있다”면서 “서울시가 합리적 기준을 적용해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자연경관지구 19개 중 16개가 한강 이북에 있고, 나머지 3개(화곡·대방·본동)도 강남 3구나 강동구가 아닌 강서구(1개)와 동작구(2개)에 있다. 한강변 자연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지정된 3개(행당·마포·본동) 지구 자연환경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성북구도 지난달 자연경관지구 관리방안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다. 성북구는 발주문에서 “1977년 지정된 성북구 자연경관지구는 인근이 재개발·재건축되면서 당초 지정 목적에 맞지 않는 곳이 많다”며 “주민이 건축 제한과 주거 환경 악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편이 대규모 규제 완화와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종로구 연구용역을 맡은 나권희 엠플래닝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자연경관지구를 해제하더라도 규제 수준이 비슷한 제1종 전용주거지역을 적용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사 어떠세요?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