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 사는 집

이설야 시인
[詩想과 세상]독거노인이 사는 집
그날 복지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노인이 느닷없는 울음을 터뜨렸을 때 조용히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단출한 밥상 위에 내려놓은 놋숟가락의 눈빛이 일순 그렁해지는 것을 보았다. 당황한 복지사가 아유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며 자세를 고쳐 앉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흐느낌은 오뉴월 빗소리처럼 그치지 않았고 휑하던 집이 어느 순간 갑자기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와 웃옷 한 벌과 난간에 기대어 있던 호미와 마당가 비스듬히 앉은 장독과 동백나무와 파란 양철 대문의 시선이 일제히 노인을 향해 모여들어 펑펑,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이명윤(1968~)

혼자 사는 노인이 있다. 어느 날 복지사가 방문하여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무슨 말이 할머니의 가슴에 깊은 못을 만들었나. 그 못 위에 하나둘씩 떠오르는 어떤 기억들이 할머니를 더욱 서럽게 만들었나.

할머니가 울자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밥상 위에 “놋숟가락의 눈빛”이 “그렁해지는” 것을 본다. 놋숟가락은 작은 거울처럼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애처롭게 쳐다본다. 생물인 고양이와 무생물인 놋숟가락은 할머니의 슬픔에 동참한다. 텅 빈 할머니의 집도 어깨를 들썩거리며 함께 운다. 뒤이어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와 옷과 호미와 장독과 동백나무와 대문도 할머니의 슬픔에 동참을 한다. 이렇게 함께 울어주는 존재들로 할머니의 슬픔은 조금씩 줄어든다. 잠시나마 할머니의 독거에서 그늘이 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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