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이 있다. 어느 날 복지사가 방문하여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무슨 말이 할머니의 가슴에 깊은 못을 만들었나. 그 못 위에 하나둘씩 떠오르는 어떤 기억들이 할머니를 더욱 서럽게 만들었나.
할머니가 울자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들어, 밥상 위에 “놋숟가락의 눈빛”이 “그렁해지는” 것을 본다. 놋숟가락은 작은 거울처럼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애처롭게 쳐다본다. 생물인 고양이와 무생물인 놋숟가락은 할머니의 슬픔에 동참한다. 텅 빈 할머니의 집도 어깨를 들썩거리며 함께 운다. 뒤이어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와 옷과 호미와 장독과 동백나무와 대문도 할머니의 슬픔에 동참을 한다. 이렇게 함께 울어주는 존재들로 할머니의 슬픔은 조금씩 줄어든다. 잠시나마 할머니의 독거에서 그늘이 걷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