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13일 재판에서 참사 당일 그의 행적을 정리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대해 사진 설명이 부정확하게 담겼다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 측은 “검찰이 자신이 인파를 관리하는 모습을 ‘서성인다’고 표현했다”며 “참사 대응에서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유족 측은 근무 중 법정에 온 용산구 직원들을 퇴장시켜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 측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재판장 배성중) 심리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재판에서 증거 채택을 두고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재판부에 낸 수사보고서에는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58분쯤 경광봉을 들고 사고 현장 골목에 서 있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 TV 캡쳐 사진이 포함됐다. 사진 밑에는 ‘박 구청장이 골목에서 서성이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박 구청장 측은 해당 사진 설명이 참사 대응을 부실하게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증거 채택에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 측 변호인은 “왜 그걸 서성인다고 표현하나. 당시 현장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인파를 유도한 것”이라며 “사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현장에 갔고 필요한 활동을 했는데 사고 이후 박 구청장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 의도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그 부분을 가지고 재판부가 ‘서성였다’고 판단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구청장 측이 ‘부동의’를 한 만큼 향후 해당 사진 설명을 제외하고 다시 증거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는 참사 당일 오후 10시50분쯤 박 구청장이 사고 현장으로 뛰어가는 모습과 오후 11시5분쯤 박 구청장이 사고 현장에 서 있는 모습 등이 담긴 CCTV 자료 화면이 공개됐다. 참사 이후 용산구가 보도자료에서 오후 11시쯤 긴급상황실을 설치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게 재확인된 것이다. 박 구청장 측은 “직원의 (보도자료) 기재상 오류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 구청장 측은 참사 당일 구청 공무원에게 ‘대통령 비판 전단 수거’ 지시를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선 “구청장이 직접 비서실장이나 당직실 그 누구에게도 전단을 제거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면서도 “전단이나 피켓을 수거하는 것은 구청의 본래 의무”라고 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해자 고 윤성근씨 아버지 윤석보씨는 “방청석에 사건과 관련 없는 용산구 직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방청하고 있으니 퇴장시켜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용산구 직원들은 지난달 15일 총 19명이 방청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피고인이 여러 명이라 유관부서가 많고, 개별적으로 관심 있는 직원들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