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근거·논의 여부 ‘팽팽’…정부·의료계 장외 공방

민서영·김향미 기자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주요 쟁점

정부 의사 부족, 3개 보고서 공통 결론…의협 등과 37회 논의
의료계 증원, 과학적 근거 부족…협의체에서 논의된 바 없어

정부와 의료계가 서울고등법원의 의대 증원 효력 집행정지 항고심 판단을 앞두고 다투는 쟁점은 ‘2000명 증원 근거’와 ‘정부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으로 정리된다. 과학적 추계에 따라 수차례 회의를 거쳐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정부와 달리, 의료계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의견 수렴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13일 정부와 의료계 입장을 종합하면 양측은 ‘2000명 의대 증원 근거’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증원 근거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 보고서 3개를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5000명이 부족하고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을 때 1만명이 부족하다는 게 3개 연구보고서의 공통된 결론”이라며 “그래서 정부는 2035년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그중 1만명은 미래 공급을 통해 해소하자는 취지 증원이 되는 것이고 의대 교육과정 6년을 감안할 때 2025년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이들 보고서가 ‘2000명 증원’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개 보고서는 복지부의 의뢰를 받고 진행돼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를 감안해 해석해야 한다”며 “미래 의사 수 추계라는 건 가정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주관적 편견도 들어갈 수 있다. 경제적 요소, 닥터쇼핑, 의료인력 근무일 수, 생산성 등 근거들이 (보고서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기본 전제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정부는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6명·2021년 기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의 70% 수준이고, 이러한 의사 부족이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지역의료원 의사 구인난 등 필수·지역 의료 위기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의료계는 의사 부족이 아닌 ‘배분’의 문제를 지적한다.

정부는 의사 수 부족 추계에 근거해 “증원 시기와 규모, 방법 등은 정책적인 결정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증원 규모 등에 대한 논의가 의료계와 함께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2000명 증원안을 수립할 때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도 쟁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증원 2000명을 도출하기까지의 회의 자료나 녹취록 등을 제출하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 정부는 법원에 낸 자료에서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 19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2회,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9회 등 총 37회에 걸쳐 의사인력과 관련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협 측에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받기 위한 공문을 보내기도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고 의협이 의대 증원 반대만 주장했기 때문에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의협 측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000명 증원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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