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쳤던 ‘천아용인’이 분열 양상을 띄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에 대해 “소신파 느낌적인 느낌만 낸다”며 저격하면서다. 김 비대위원이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한 시점부터 예견된 갈등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은 14일 CBS 라디오에서 천 당선인을 겨냥해 “그 분은 당(국민의힘) 혁신에 실패해서 떠난 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천 당선인이 13일 SBS 라디오에서 “(김 비대위원은) 소신파 느낌적인 느낌만 내는 것 같다. 최근 스탠스를 보면 채 상병 특검이나 대부분 이슈에서 소신 있는 느낌을 주면서도 결국은 주류를 거스르지 않는 결론을 낸다”고 비판하자 맞대응한 것이다. 천 당선인은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고위층이 최근 김 비대위원을 지도부 일원으로 고른 것을 두고도 “젊고 소신파 느낌나는 김용태 당선인을 넣어서 실제 쓴소리를 할 것 같은 김재섭 당선인이나 낙선자들은 뺀 것”이라고 비꼬았다.
4·10 총선 직후 천 당선인이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김재섭·김용태 같은 소장파 초선의원을 배출한 것”이라며 추켜세웠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이 지난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앞서 허은아 전 의원·이기인 전 경기도의원과 함께 ‘천아용인’으로 불리며 비윤계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다른 세 사람은 지난해 말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한 전후로 기존 당을 떠나 개혁신당에 합류했으나 김 비대위원은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했다.
천 당선인은 김 비대위원이 기대만큼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채 상병 특검법이 한 예다. 김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민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의 특검엔 반대하는 미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검을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힌 지난해 9월과 달라진 스탠스다. 이에 대해 천 당선인은 “(김 비대위원이) 첫 번째는 천아용인 출신이기 때문에 더더욱 주류들의 미움받는 쪽으로 가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김 비대위원의) 지역구 특성이 사실상 영남에 가깝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김 비대위원 입장에선 부당한 비판으로 비칠 수 있다. 친윤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에서 김 비대위원은 현행 ‘당원 100% 투표’ 방식인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 비율 내지 50대 50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등 소수파를 자임하고 있다. 천 당선인을 비롯한 개혁신당 인사들이 반윤석열 개혁 성향을 드러내는 디딤돌로 일부 사안에서 비친 김 비대위원의 소극적 면모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비대위원은 천 당선인 공격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개혁신당이) 공격을 위한 공격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발언하는 등 개혁신당과 결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김 비대위원이 국민의힘에 머물기로 한 이상 큰 틀의 당론에서 엇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개혁 성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왔던 김 비대위원이 숙제를 받아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은 “(천 당선인은)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계신 것 같아서 그것이 혹시 그분들이 말하는 개혁은 아닐까, 그런 안타까움도 있다”며 “그분이 비판하는 친윤하고 그분은 실제로 싸워보기나하고 그런 말씀 하시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